"180억대 사립학교 기부채납 이유?…교육백년대계죠"

[인터뷰]양한모 '학교법인 학교의숙' 전 이사장
함평지역 공립-사립 첫 통폐합 학교 출범 이끌어

양한모 '학교법인 학교의숙' 전 이사장.2017.9.3./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함평=뉴스1) 박영래 기자 =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이른바 '함평지역 중고등학교 재배치' 계획은 공립학교 1곳과 사립학교 2곳이 통폐합해 새로운 공립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공립학교인 함평중과 사립학교인 학다리중, 나산중 등 3개 학교가 통폐합한 통합 함평중학교가 지난 1일 문을 열면서 교육당국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통폐합을 이끌어 낸 데는 사학재단의 헌신이 밑거름이 됐고, 특히 학다리중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학교의숙' 양한모 이사장(65·양한모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의 학교 기부채납 결정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뉴스1은 지난 1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의 양한모이비인후과의원에서 양 전 이사장을 만나 공사립 통폐합학교 출범까지의 지난했던 과정을 들어봤다.

환자 진료 도중 취재진을 맞이한 양 전 이사장(기부채납된 학다리중고는 올해 1월 공립으로 전환하면서 학교법인 학교의숙은 해산했다)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그는 2006년부터 학교법인 학교의숙의 이사회에 참여한 뒤 2012년부터 이사장을 맡았다.

180억원대로 추산되는 학교를 전남도교육청에 기부채납(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이전하는 행위)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 가장 궁금했다.

양 전 이사장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걸 실현해보고 싶었죠.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로 함평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채납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당시 함평지역의 인문계고는 5개교로 인구수 대비 학교 수가 너무 많았고 열악한 재정에 시설투자가 없어 교육환경은 열악했다.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괜찮았던 학교의숙은 학교시설을 개선하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노력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더욱이 전남도교육청의 공립학교 중심의 '1군(郡) 1고등학교' 육성정책이 시행중이었으나 그나마 함평지역은 거점고등학교 육성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양 전 이사장은 "2012년 당시 교육청을 찾아가 지역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협의했고, 해법으로 사립학교의 기득권을 가지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부채납하겠다고 도교육청에 제안했다"며 "대신 함평지역 학교들을 묶어서 교육의 질을 최고로 끌어올려줄 수 있느냐고 제안해 학교 통폐합이 첫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사학재단이 여전히 사유화된 현실에서 180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기부채납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기부채납에 따른 반대급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립학교를 기부채납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 등을 규정한 어떤 법률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7명으로 구성된 학교의숙 이사회는 강하게 반발했고, 양 이사장 주변의 가족, 친지 등의 반대도 심했다.

'학교 하나 가지고 있으면 자자손손 먹고살 수 있는데 왜 그걸 헌납하느냐'는 반대가 심했다.

환영할 줄 알았던 지역사회의 반응도 처음에는 냉랭했다. 특히 학다리중이나 고등학교 출신 동문들은 모교가 사라진다면서 맹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함평교육은 끝이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고, 함평군번영회가 나서 통폐합을 위한 주민서명운동을 벌여 2만명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등에 제출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함평교육발전위원회'가 설립되고, 전남도교육청의 '거점고등학교육성추진단'이 안팎으로 협력했다.

9월1일 개교한 통합 함평중학교. 2017.8.31./뉴스1 ⓒ News1

밑그림은 인문계, 체육계, 예술특성화학교 등 3개 학교군으로 재편하기로 했고, 교육부에서도 적극 지원에 나서 927억을 대응투자로 내려보냈다.

2014년 3월 사립학교인 나산중고등학교가 공립으로 전환했고 이후 학생들을 추가로 모집하지 않으면서 순차적으로 폐교절차를 밟아갔다.

학다리중고등학교도 올해 3월1일자로 공립으로 전환했고 해당 학교법인은 해산했다. 학다리고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모집했지만 중학교에 이어 진행 중인 적정규모 고등학교 육성 사업에 따라 2018년 3월에 함평여고, 나산고와 통폐합해 새로운 고등학교로 출범하게 된다.

사립학교에 근무하던 교직원은 전원 공립학교로 승계됐다. 교육법상 교사를 제외한 사립학교 행정실 직원의 승계는 규정돼 있지 않으나 '사립학교 기부채납'이라 특수한 상황이 반영돼 이번에 행정직원도 전원 승계됐다.

통합 함평중학교 출범에 이어 내년에 통합 고등학교가 출범하는 등 첫 단추는 잘 끼웠으나 여전히 체육계 고등학교 활성화를 위한 최대 과제인 골프실습장 조성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함평골프고를 중심으로 각 종목의 스포츠 꿈나무들이 돈이 없어도 끼와 재능만 가지고 오면 함평에서 다 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양 전 이사장은 "국내 골프 꿈나무들이 1년이면 해외 골프 전지훈련에 쓰는 돈이 개인당 6000여만원씩, 전체적으로는 무려 1400억에서 1600억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며 "일반 서민가정에서는 골프 꿈나무 육성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함평교육발전위원회는 오는 12월 예정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의에 집중하고 있다.

양 전 이사장은 "교육문제는 함평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농어촌 지역 전반에서 직면한 사안"이라며 "함평의 재배치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우리나라 교육이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꿈을 꾼다"고 웃음지었다.

yr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