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홧발 소리에…" 5·18 목격 초등학생 증언 사진展
- 최문선 기자

(광주=뉴스1) 최문선 기자 = 37년 전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한 당시 초등학생들의 기억이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사단법인 광주학교는 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 - 아이들의 기억으로 만나는 오월 광주' 전을 개최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논란 등을 통해 5·18 진실이 왜곡·축소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난해 5월 광주에서 한 차례 열었던 전시를 서울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선보이는 것이다.
전시에서는 1980년 5월 당시 광주지역 초등학생이었던 40대 시민들의 증언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시민군들을 도와주려 동네에서 주먹밥이랑 김밥을 만들어 전해줬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엄마한테 음식을 내지 말라고 했다. 왜 그러냐 물으니 '우리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말씀하셔서 놀랐다."
"밤마다 총소리가 너무 많이 나 무서워서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5월 날씨가 더운데도 총알이 솜이불은 못 뚫는다고 해 어른들 말씀대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잤다."
"집 옆에 막다른 골목이 있는데 밖에서 보면 뚫린 골목처럼 보인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어두운 밤에 막힌 골목으로 도망가는 소리, 그 사람들을 쫓아가는 군홧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끝내 잡혀가고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나면 너무 무서워 꽁꽁 숨었다."
"동네에 공장에 다니는 형들이 많았는데 그 형들이 당구장에서 놀고 있으면 군인들이 다 끌어내 잡아갔다. 어른들이 '이 청년들은 데모도 안하고 대학생도 아니다'라며 왜 잡아가냐고 하면 그렇게 말하는 어른까지 위협하고 잡아가려고 했다."
"옆집 오빠가 공부를 엄청 잘하는 전남대생이라 동네의 자랑이었는데 어느날은 사람들이 그 오빠를 지붕 기왓장 밑에 숨겼다. 오빠가 죄를 지었냐고 물었더니 전남대생은 다 잡아가니까 숨겨야한다고 했다."
80여명 시민들의 이같은 증언은 37년 전 그들이 살았던 집터와 골목 풍경 사진에 담겨 30여개의 작품으로 공개된다.
작품을 만든 문선희 작가는 "5·18 이후 30년도 더 지났는데 진실을 부정하는 일들이 너무 공공연하게 나오니까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한번 전시를 추진하게 됐다"며 "지역간의 갈등이나 색깔론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평범한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시를 통해 전해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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