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실수로 어머니·고모 유골가루 뒤섞여

개장유골 2기 화장 후 한꺼번에 가루로 만들어
가족 "말도 안되는 실수로 불효 저지르게 됐다" 망연자실

(목포=뉴스1) 김호 기자 = "돌아가신 부모님을 잘 모시려고 했는데…큰 불효를 저지른 꼴이 돼버렸습니다"

화장장 측의 어이없는 실수로 어머니와 고모의 유골가루가 뒤섞이는 일이 발생했다. 가족들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모(43·광주)씨는 윤달을 맞아 고민 끝에 큰 결심을 했다. 전남 나주에 있는 조상들의 묘를 개장, 유골을 화장 후 집과 가까운 광주 영락공원에 모시기로 한 것이다.

정씨는 1일 묘 개장 후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둘째 고모, 셋째 고모 등 유골 6기를 수습해 2일 전남 목포시립화장장에 화장을 의뢰했다. 이 화장장은 모 업체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총 3개 화구를 갖추고 있는 화장장 측은 정씨 측 동의를 얻어 유골 6기를 한 화구에 넣고 화장했다. 각 유골은 간격을 두고 떼어 놓아 뒤섞이지 않도록 했다.

화장은 20~30분 만에 마무리됐다. 정씨는 "이제 어머니와 아버지, 조상님들을 집 가까이에 모실 수 있게 됐다"는 생각과 함께 유골함 6개를 화장장 직원들에게 건넸다.

화장장 직원들은 유골가루를 담은 유골함을 정씨와 가족들에게 차례로 돌려줬다. 직원들은 윤달로 개장유골 화장 의뢰가 잇따른 탓인지 피곤해 보였다.

5번째 유골함까지 전달된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직원들이 "이제 모든 유골함이 전달됐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정씨와 가족들은 "아직 6번째 유골함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직원들은 "그럴리가 없다. 마지막 유골함까지 분명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다시 부랴부랴 영문을 파악한 결과 어이없는 실수가 발견됐다. 6기의 유골 중 2기를 합쳐 한꺼번에 가루로 만든 것이다. 정씨의 어머니와 둘째 고모의 유골이었다.

정씨는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방법은 없었다. 경찰은 "안타깝지만 이미 가루가 돼 뒤섞인 정씨 어머니와 둘째 고모의 유골을 다시 나눌 방법이 없고 화장장 직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정씨와 가족들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든 화장장 직원들을 원망했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처럼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 어머니와 둘째 고모의 뒤섞인 유골가루가 든 유골함을 다른 유골함들과 함께 봉안했다.

정씨는 5일 "화장장 직원들의 말도 안되는 실수로 어머니에게 큰 불효를 저지르게 됐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며 "앞으로 조상님들의 영정을 어떻게 뵐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화장장 측도 문제지만 위탁을 맡겨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목포시는 사과도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장 관계자는 "윤달로 일이 밀려 새벽까지 근무한 뒤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직원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며 "죄송스러울 뿐이다"고 밝혔다.

목포시 관계자는 "화장장 측으로부터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kim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