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프로파일러까지 당황케한 '요양병원 방화노인'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판사에 "○○판사 아시나" 질문
프로파일러들 질문에도 제대로된 답변 안해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 불을 질러 29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긴급체포된 김모(81)씨가 30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2014.5.30/뉴스1 © News1 송대웅 기자

(장성=뉴스1) 김호 기자 =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에 불을 질러 총 29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구속된 입원환자 노인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엉뚱한 발언으로 판사까지 당황하게 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번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 등에 따르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피의자 김모(81)씨는 지난달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당시 부장판사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당시 영장전담이었던 권태형 부장판사에게 "○○판사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등 영장실질심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다가 '주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젊은 시절 대학을 다니고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질문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권 부장판사는 당시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20여분만에 마치고 약 4시간 뒤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김씨는 조사를 위해 투입된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들의 물음에도 전혀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등 사실상 조사를 거부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프로파일러들도 김씨의 행동에 난감해하며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한 관계자는 "김씨가 불리한 질문을 받고 딴청을 피우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의식적으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감정유치장을 광주지법에서 발부받아 2일 공주치료감호소에 감정유치하기로 했다. 정신질환 유무, 병명, 증상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화재 당시 병원 근무자들이 건물 붕괴까지 우려하는 등 평소 건물바닥이 침하돼 벽과 유격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해 병원건물 자체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kim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