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모셨던 시어머니, 이렇게 가실줄이야…"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 한지호 기자
(장성=뉴스1) 한지호 기자 = "시집와서 꼬박 43년을 모신 시어머니였는 데 이렇게 가시다니…."
광주 보훈병원 응급실 한 의자에 앉은 며느리 신모(66·전북 정읍시 상동)씨는 넋을 잃은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시어머니 박기녀(84)씨가 이날 오전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숨진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고개를 떨구었다.
"자고 있는데 서울에 사는 막내 도련님한테 전화가 왔어. 어머니가 계시는 장성 요양병원에서 불이 났다고 하길래 바로 요양병원에 전화했지. 그랬더니 광주 보훈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라구. 아무 일 없을 줄 알고 왔는데…."
신씨는 그동안 시어머니와 함께 했던 날들이 생각났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시집와서 43년을 어머니와 함께 했어. 10월 4일이면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낸 지 꼬박 4년이 되는 날이야."
며느리 신씨는 시어머니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치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랑 셋이서 어려웠지만 잘 살았다"면서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리실 줄 누가 알았겠냐"고 울먹였다.
병원 관계자가 시어머니의 운구준비가 마무리됐다며 신씨를 찾았다.
"그래도 어머니 고향에서 보내드려야지…."
신씨는 싸늘한 주검이 된 시어머니와 함께 고향인 정읍으로 향했다.
j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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