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 재판' 강조 법원장, '황제노역' 비상식판결에 발목
장병우 광주지법원장 취임 당시 "상식 맞는 재판해달라"
- 김호 기자
(광주=뉴스1) 김호 기자 = '상식에 맞는 재판'을 강조했던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비상식적 재판'으로 발목을 잡혀 취임 45일 만에 사표를 냈다.
장 법원장은 지난 2월 13일 취임식에서 "올바르고 공정한, 상식에 맞고 합리적인 재판을 해달라"고 법관과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장 원장은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상식에 입각한 법감정과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남 강진에 유배됐을 때 머물던 집 '사의재(四宜齋)'를 언급하며 법원 구성원들이 네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맑은 생각, 단정한 용모, 과묵한 말씨, 중후한 행동으로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재판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강조했던 '상식적 재판'과는 달리 수년 전 내린 허 전 회장에 대한 노역장 일당 5억원의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장 원장은 광주고법 제1형사부장 시절인 2010년 1월 내린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로 최근 논란이 됐다. 당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4억원, 노역장 일당 5억원을 선고했다.
1심이 내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 노역장 일당 2억5000만원과 비교해 대폭 감형한 것이다
특히 노역장 일당을 1심의 2배인 5억원으로 정하고 지난 22일 뉴질랜드에서 귀국한 허 전 회장이 벌금 납부대신 실제 노역장에 들어가자 '황제 노역' 판결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장 원장은 이날 공보판사를 통해 언론에 남긴 글에서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함과 동시에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확정판결에 대해 당시 양형사유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 부각되고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된 점은 아쉽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장 원장이 허 전 회장에 대한 양형을 종합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해보면 '국민들의 상식에 입각한 재판'으로 여전히 항변하고 있다며 일반인의 법감정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kimh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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