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5월 광주는 지나갔지만…

© News1 박중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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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광주는 뜨거웠다. 아니 분노에 휩싸였다.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세력들의 '도발'에 광주공동체는 할말을 잃었다. '5월 광주'를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주를 분노케 한 도화선이었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된다는 해괴한 논리는 현 정부가 바라보는 5·18의 현실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극우 포털사이트에서 5월 영령들을 홍어로 표현하며 '5월 광주'를 조롱했고 종합편성채널에서는 대놓고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한 지역 각계가 5·18왜곡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5월 광주를 왜곡하고 조롱한 이들에 대해 법적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 상태다.

지역 각계가 5·18을 왜곡·비방하는 세력들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역사속에서 잊혀가던 '5월 광주'를 국민들에게 다시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박수받을만 하다.

하지만 이같은 큰 목소리속에 묻힌 또 다른 '슬픈 5월 광주'가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만큼이나 5월 광주를 상징하는 노래인 '광주출정가'를 만든 범능스님의 입적이었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무엇이 두려우랴 출전하여라. 억눌린 민중의 해방을 위해. 가자~ 가자~ 도청을 향해…'

1980~90년대 5월이면, 아니 집회 때면 어김없이 불리우며 민주화의 의지를 다지는 노래였다.

지난 주말 화순의 한 사찰에서 봉행된 범능스님의 다비식에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곤 '5월 광주'를 큰 목소리로 외치던 지역 정·관계 인사 누구도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않았다.

다비식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것이 '5월 광주'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며 개탄하기도 했다.

옛 전남도청 앞에서 5월 광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회화나무의 고사(枯死)를 대하는 광주시의 태도도 일견 비슷하다. '5·18의 산 증인' 또는 ''5·18의 상징목'인 불려온 이 나무는 지난달 200살로 고사판정을 받아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역 환경단체는 회화나무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해원' 의식까지 가질 정도였다. 다행스럽게 4년 전 회화나무의 어린 싹으로 '후계목(아들목)'을 기르고 있던 60대가 지난 주 이 나무를 기증하며 많은 이들의 아픔을 달랬다.

하지만 광주시는 '아들목'까지 나타났는데도 "어떻게 할 지 논의중이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조급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하기만 하다.

5월 광주는 지나갔지만 6월이 더 가슴 아픈 이유다.

be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