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공업 참사 명백한 인재…수십번 화재에도 '생산성'만 따졌다
최근 5년 48차례 불나…화재경보·대피는 '작업 방해' 취급
손주환 대표 업무상과실치사·상, 중처법위반 송치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14명이 숨지는 등 총 74명의 사상자를 낸 안전공업 공장 화재 참사는 명백한 인재로 드러났다. 경영진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수년간 크고 작은 화재가 반복됐음에도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보다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했다.
17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불이 난 안전공업 문평공장에서는 최근 5년간 모두 48건 화재가 발생했다. 직원들이 자체 진화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사례도 있는데,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등 자료를 포함해 경찰이 집계한 수치다. 같은 기간 보안업체 출동 이력은 130여회에 달한다.
문평공장은 평소 오일미스트와 기름때(슬러지)가 가득해 대형 화재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 사업장이었다. 안전보건공단 등 감독기관의 지적도 있었고, 바닥이 미끄러워 걷기조차 어렵다는 직원들의 개선 요구도 잇따랐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그럼에도 안전공업 측이 안전 관리를 개선하기보다 영업 이익만 따졌다고 판단했다. 빈번한 오작동으로 대피를 유발한 화재수신기에는 경보기 등의 작동을 일시에 정지하는 매뉴얼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나마 공장 안에 있던 방화구역은 휴게실을 불법증축하면서 통로로 쓰였다. 이런 탓에 불이 난 지 고작 2분 만에 열려있는 방화문을 따라 다량의 연기가 휴게실로 들이닥쳤다. 당시 휴게실에는 직원 대다수가 머물고 있었다. 이곳에서만 사망자 중 9명이 발견됐다.
통상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면 경보기가 가리키는 화재 지점을 살핀 뒤 작동을 해제해야 한다. 경찰은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거나 직원들이 화재수신기를 고의로 멈춘 이유에 대해 "생산량을 신경쓴 것 같다", "차단 방법을 매뉴얼화하라는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손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평공장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는 업장도 아니었다. 다만 옥내 주차장에는 설치돼 있었는데, 이마저도 공장 내부에 무허가 나트륨 정제소를 설치하면서 일부 무력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휴게실에는 화재를 초기 진압하거나 대피 시간을 벌 수 있는 '골든타임' 확보에 중요한 소화전도 구비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증축과 시설물 설치 등으로 마땅히 갖춰야 할 소방설비가 누락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약 6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날 손주환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과 소방관리자, 휴게실을 증축한 인테리어업자 등 모두 13명을 검찰에 넘겼다.
피의자 중 일부는 손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노동당국의 수사를 받자 혐의를 피하게 하기 위해 관련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수사하면서 하청업체 대표를 입건하기도 했는데,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는 안전공업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
다만 불법파견 사안에 대해서는 별건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고용노동청도 손 대표와 안전관리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곧바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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