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사람도 쓰러지겠어"…폭염 속 농민 축사·들녘서 땀과 사투
푹푹 찌는 극한 더위에 대전지역 농작업 비상
-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말도 못 하는 소들은 얼마나 덥겠어요."
29일 낮 기온 34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전 유성구의 한 한우농장 축사 안에는 대형 선풍기가 시원하지도 않은 바람을 힘겹게 일으키며 돌아가고 있었다.
축사 곳곳에는 물안개 분무기가 연신 물을 뿜어냈고, 농장주 김성수 씨는 호스를 들고 소들에게 직접 물을 뿌려주느라 분주했다.
7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김 씨는 하루에도 두 차례 이상 소들의 몸에 물을 뿌려 체온을 낮춰준다. 폭염이 계속되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발육이 떨어질 수 있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소들이 더위를 먹으면 먹이도 잘 먹지 않고 성장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새벽부터 밤까지 계속 상태를 살펴야 해 요즘은 잠깐 외출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축사 안은 연신 물을 뿌려도 금세 후텁지근한 공기로 가득 찼다. 소들은 입을 벌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거나 그늘에 모여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전 한 블루베리 비닐하우스 안은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천장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쏟아졌고, 바닥에서는 복사열이 올라왔다. 몇 분만 서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농민 박모 씨는 젖은 작업복 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후에는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새벽부터 나와 오전까지만 작업한다"며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수확 시기를 놓칠 수 없어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처럼 더운 여름은 정말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기온은 더욱 치솟았다. 인근 가지와 고추밭에서는 이기용 씨가 농약 살포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얼굴은 햇볕에 벌겋게 달아올랐고, 작업복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 씨는 "더위를 피하려면 새벽에 끝내야 하는데 농사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며 "농약도 제때 쳐야 하고 풀도 뽑아야 하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밭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 막히고 어지러울 때가 있다"며 "이런 폭염이 계속되면 사람도 작물도 모두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폭염은 사람뿐 아니라 농작물과 가축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농가들은 물 공급과 환기시설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치솟는 기온 앞에서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한낮에는 대부분 작업을 중단하고 새벽이나 저녁 시간에 일정을 맞추고 있지만, 수확과 방제 시기를 놓칠 수 없어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충남도에 따르면 폭염이 이어진 지난 23~27일 도내에서는 모두 1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한낮 최고기온이 35~40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낮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와 충분한 수분 섭취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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