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사각지대' 암 돌연변이만 찾아 공격하는 항체 개발

KAIST-교원 창업기업 공동연구

암 유발 돌연변이 표적 항체 연구 이미지(AI 생성·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 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인 단백질 디자인 전문기업 ㈜테라자인 연구진이 공동으로 대표적인 암 유발 돌연변이 'KRAS(G12D)'​를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KRAS(G12D)​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조절하는 KRAS 단백질에 특정 돌연변이가 생긴 형태다. 췌장암과 대장암, 폐암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표적인 암 유발 돌연변이다. KRAS 단백질은 세포 내부에 존재해 기존 항체 치료제로는 직접 표적하기 어려워 오랫동안 '치료 불가능한 표적'​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세포가 오래되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자연스럽게 잘게 분해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세포 안의 KRAS(G12D) 단백질도 이 과정에서 작은 단백질 조각(네오항원)으로 만들어지고, 일부는 세포 표면으로 이동해 면역세포에 제시된다.

연구팀은 컴퓨터 기반 계산적 단백질 디자인 기술과 실험적 선별 과정을 결합해 이 암 돌연변이 조각만 정확하게 인식하는 TCR(면역 T세포 수용체)​ 유사 항체​를 개발했다.

TCR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가 세포 표면에 제시된 단백질 조각을 읽고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찾아내는 감지기 역할을 한다. 이번에 개발한 TCR 유사 항체는 항체에 T세포의 '눈'을 달아준 것과 같은 원리​다. 기존 항체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세포 내부 암 돌연변이의 흔적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실험 결과, 개발된 항체는 정상 세포나 다른 단백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KRAS(G12D)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인식했다. 면역치료에 적용한 결과 해당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만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이는 기존 항체 치료가 접근하지 못했던 세포 내부 암 유발 단백질까지 치료 대상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KRAS뿐 아니라 다양한 암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정밀 항체 치료제 개발의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 교수는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정밀 항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계산적 항체 디자인 기술은 KRAS뿐 아니라 다양한 암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항체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질환 동물 모델에서 효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세포주 수준에서 검증된 정밀 안전성과 효능을 기반으로 동물 효능 시험 임상 시료 생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 등 전임상 실용화 단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테라자인의 안상필 연구원·정보성 박사,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오병하 교수(KAIST 제공) /뉴스1

이번 연구의 제1저자와 교신저자는 모두 KAIST 출신 연구진으로 구성됐다. 테라자인 안상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오 교수와 테라자인 정보성 연구소장이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총괄했다.

연구 결과는 유전자 및 세포 치료 분야 국제 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