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 유지 성능 4배 이상 높인 근적외선 형광체 개발
화학연-조지아 공대 공동연구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암, 림프절 등 위치 확인용 근적외선 의료영상에 쓰이는 형광염료가 빛을 받으면 빠르게 흐려지던 문제를 개선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박영일·남상환 박사팀과 조지아 공대 박성진 교수팀이 근적외선 형광염료 '인도시아닌 그린(ICG)'을 고분자 구조로 재설계해 광안정성을 높인 형광체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근적외선(NIR) 의료 영상은 진단과 정밀 수술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근적외선은 인체 속 수분과 혈색소(헤모글로빈)에 흡수되는 빛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시광선보다 인체 조직을 깊이 통과한다. 이 특성을 형광 염료와 결합하면 수㎝ 깊이의 생체 조직까지 영상화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근적외선 형광 염료는 ICG다. 1959년 FDA 승인 이후 60년 넘게 유방암 림프절 추적, 간암 절제, 담관 시각화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진단 및 수술에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만 복강경 담낭 절제술이 연간 75만건 이상 시행되며 ICG는 이 수술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다만 빛을 받고 형광이 금방 흐려지는 '광 표백' 문제가 있어 장시간 수술에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동안 미세입자 캡슐이나 나노구조체로 ICG를 감싸는 시도가 있었지만,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형광물질이 새어 나오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ICG 분자를 고분자 사슬에 연결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형광 발생 부위를 양쪽에서 잡고 고정시켜 오래 지속되도록 했다.
ICG가 형광을 잃는 원인은 강한 빛(레이저)에 의해 주변 산소와 반응해 형광을 내는 헵타메틴 고리가 부서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만든 형광체 KR-NIR-P는 고분자 골격이 발색단 주변의 산소 접근을 차단한다. 분자 간 소수성 상호작용이 구조를 안정되게 붙들어 같은 빛에도 오래 형광을 유지한다. 또 고분자 구조가 분자들의 무분별 응집을 막아 응집 자체가 광표백을 가속하는 요인도 차단했다.
실험 결과, 785나노미터 파장의 근적외선 레이저를 계속 비췄을 때 기존 ICG는 50초 이내에 형광이 40%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신규 개발 소재는 200초 후에도 66%를 유지하며 4배 이상 높은 광안정성을 보였다.
세포 독성 실험에서도 자궁경부암·구강 편평암 세포 등 암세포와 정상 세포 모두에서 20마이크로몰(µM) 농도까지 세포 생존율 90% 이상을 유지해 높은 생체 적합성을 나타냈다. 세포사멸과 관련된 주요 단백질 변화도 기존 ICG와 큰 차이가 없어 세포 독성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종양과 유사한 인공 세포 덩어리인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에 넣었을 때, KR-NIR-P가 깊은 층까지 균일하게 침투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암 전이 경로인 림프절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데 활용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향후 독성 평가·약동학 연구 등 임상 전 단계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체계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의료영상 소재 국산화에 따른 수입 대체 효과에 더해 제조공정 단순화, 반복 형광염료 투여 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 등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박 박사는 "ICG 분자를 고분자화함으로써 발색단이 빛에 의해 파괴되는 속도를 늦추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나노·마이크로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 6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화학연 이수빈, 최민석 연구원과 조지아 공대 손영훈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화학연 기본사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기본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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