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태양열 기반 정수·담수화 장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최고상'

솔라스틸 박스 현장 작동 시제품(KAIST 제공) /뉴스1
솔라스틸 박스 현장 작동 시제품(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전기·연료 없이 태양만으로 깨끗한 식수를 만드는 기술 디자인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물 부족과 수질 오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깨끗한 물을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열 기반 정수·담수화 장치 '솔라스틸 박스'가 국제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콘셉트 2026'에서 사회적 임팩트 부문 대상인 '레드닷: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수상했다고 17일 밝혔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힌다. 이 가운데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는 각 부문에서 가장 혁신성과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에 수여되는 최고의 대상이다.

솔라스틸 박스는 바닷물이나 염분·오염물질이 포함된 물을 태양열 증류 방식으로 식수로 바꾸는 저비용 정수·담수화 장치다. 해안 지역이나 염분 지대, 오염된 수원에 의존하는 오프그리드 지역을 위해 개발됐다. 전기와 연료, 별도의 필터 없이 태양 에너지만으로 깨끗한 물을 생산할 수 있다.

장치 내부의 계단형 트레이는 물이 증발하는 면적을 넓혀 태양열 증류 효율을 높인다. 증발한 수증기는 투명 커버에 응축되는 과정에서 소금과 중금속, 박테리아 등 오염물질이 자연스럽게 분리돼 깨끗한 물만 수집된다.

플라베니어 시트 기반의 평면 부품으로 구성돼 플랫팩 형태로 생산·운송할 수 있다. 현지에서 약 20분이면 누구나 조립할 수 있고, 손상된 부품만 교체하면 돼 유지관리 비용도 낮다. 일회성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이 직접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수 시스템이다.

탄자니아 현지 주민들과 배상민 교수 연구팀(KAIST 제공) /뉴스1

연구팀은 앞서 탄자니아 현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솔라스틸 박스 개발을 위한 현장 조사 및 공동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이 물 부족을 넘어 오염된 수원에 의존하는 현실이 솔라스틸 박스 개발 원동력이 됐다.

솔라스틸 박스는 월드비전과 함께 추진하는 'ID+IM 디자인랩'의 사회공헌 디자인 연구 프로젝트(SEED)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연구팀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월드비전과 함께 제품 상용화와 현지 보급 모델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주민이 직접 제조와 유통, 유지관리에 참여하는 협동조합 기반 운영 모델로 확대해 식수 문제 해결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로 했다.

프로젝트에는 배 교수를 비롯해 김정우 박사과정, 김민수 석사과정, 한승희 학부생이 디자인 개발에 참여했다.

배상민 교수는 "디자인은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솔라스틸 박스가 깨끗한 물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수 시스템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솔라스틸 박스는 오는 10월 열리는 공식 시상식과 전시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될 예정이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