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석유 대신 미생물이 만드는 화학공장 시대 앞당긴다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 AI 기반 산업화 로드맵 제안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석유 대신 미생물이 화학제품을 만드는 '바이오제조' 시대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국내 연구진이 바이오제조 상용화를 가로막는 핵심 난제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산업화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바이오제조 상용화의 핵심 병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산업화 전략과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플라스틱과 섬유, 의약품 원료 등 대부분의 화학제품은 석유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탄소배출과 환경오염 문제가 커지면서 미생물을 이용해 화학물질을 만드는 바이오제조가 차세대 제조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제 공장에서 경제성 있게 대량 생산하는 것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실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보인 기술도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생산비가 증가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상용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팀은 연구실과 산업 현장 사이의 간극(죽음의 계곡)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바이오 기반 화학원료인 '숙신산'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를 분석했다.
숙신산은 친환경 플라스틱과 다양한 화학소재를 만드는 핵심 원료다. 연구팀은 숙신산이 기존 석유화학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산량뿐 아니라 원료 가격, 발효 공정, 분리·정제 비용, 시장 규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과 화장품, 식품 소재 등 고부가가치 시장부터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PHA는 미생물이 세포 안에 축적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사용 후 자연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하지만 생산비와 회수 비용이 높아 아직은 기존 플라스틱과 가격 경쟁력이 낮다.
연구팀은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의료용과 식품 포장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부터 적용한 뒤 범용 시장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AI가 바이오제조 산업화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효소와 미생물 설계는 물론 생산 공정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 등을 통해 바이오제조 전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과 생산 비용을 줄이고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술경제성 평가(TEA)와 전과정평가(LCA)를 연구가 끝난 뒤 수행하는 평가가 아니라 연구 초기부터 기술 설계의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원료 수급과 국제 정세 변화에 대비한 공급망 회복탄력성도 바이오제조의 새로운 설계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제조는 원료가 나오는 곳 가까이에 분산 배치할 수 있어 더 짧고 순환적인 공급망을 구성하고 석유 의존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바이오 기반 화학산업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장기적으로는 석유 중심의 화학산업을 친환경 바이오경제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바이오제조의 상용화는 원료-균주-발효-정제-시장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가능하다"며 "시스템대사공학과 AI의 융합은 이러한 병목을 해결하고 바이오제조 시대를 앞당기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지연 박사과정과 유혜은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사업' 및 ‘바이오제조 산업 선도를 위한 첨단 합성생물학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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