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운동·동공 반응, 알츠하이머 관련 뇌 구조 변화 연관"
한의학연, 치매 조기 탐지 보조지표 활용 가능성 제시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중일 박사 연구팀은 안구추적 기술을 활용해 눈 움직임과 동공 반응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뇌 구조 변화와 연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의 중간 단계로, 일상생활 기능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되는 상태다.
일부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 이 단계에서 조기에 변화를 살필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인지검사는 임상적으로 유용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신경 조절과 인지기능 변화를 자세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시선과 동공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안구추적 기술에 주목했다. 이 기술은 비침습적이고 비교적 간편한 방식으로 안구운동과 동공반응을 측정할 수 있어 주의 조절, 인지 제어, 반응 억제 및 실행 기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꼽힌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화면에 나타난 표적을 바라보거나, 지시에 따라 표적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눈의 움직임 반응시간 차이, 자극 전후 동공 크기 변화를 측정했다.
이렇게 얻은 안구추적 지표를 뇌 MRI에서 확인한 대뇌피질의 두께감소 및 뇌실 확장 등 뇌 구조의 퇴행(위축) 상태와 비교해 분석했다.
그 결과, 단순히 눈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보다 반응 시간이 얼마나 일정하지 않은지와 동공이 얼마나 크게 흔들리는지가 초기 뇌 위축 상태를 훨씬 더 정밀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에서는 정상 인지 노인들과 비교했을 때, 뇌의 구조적 위축과 눈·동공 신호 간의 연결 고리가 완전히 뒤바뀌는 '뇌 제어 축의 붕괴 및 과부하(과보상) 현상'이 확인됐다.
정상인은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 등의 뇌 피질이 두껍고 건강할수록 눈 움직임이 일정하고 안정적이었다. 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뇌 신경망이 손상되면서 뇌의 눈 제어 능력이 완전히 거꾸로 무너지는(음의 상관관계) 이상 양상을 보였다.
동공 반응 특성에서는 치매 초기에 가장 먼저 뇌 위축이 시작되는 내측 측두엽과 주의력 집중의 핵심인 상변연회에서 확연한 차이가 관찰됐다.
정상인은 뇌 두께와 동공 변화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뇌가 얇아질수록 동공 반응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크게 흔들리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초기 뇌 퇴행으로 인한 기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아직 남아있는 뇌 영역을 무리하게 가동해 '뇌의 비효율적 과부하 작용'이 일어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안구추적 검사만으로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안구추적 기술이 단순한 시각 반응 측정을 넘어 치매 단계로 진입하기 전 대뇌 피질과 뇌간을 잇는 조절 신경망의 초기 기능 저하를 정밀하게 포착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안구추적 기술은 몸에 부담이 적고 비교적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어 향후 인지저하를 더 이른 시기에 살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상 인지 노인 516명과 경도인지장애(MCI) 노인 212명 등 총 728명을 대상으로 안구추적 검사와 뇌 MRI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알츠하이머 및 치매 분야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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