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타성 탓에 지옥불 들어간 것"…한화 폭발사고 유족 분통(종합)

손재일 대표 유족 만나 의중 청취…안전관리 대책 묻자 "죄송하다"
"관성 젖어 기존 작업 고수한 게 원인" 사과…합동 장례절차 논의

3일 오전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10여명의 유가족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한 뒤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뉴스1 ⓒ News1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윤주영 김종서 기자

"당신들이 말하는 타성 때문에 지옥불로 들어간 것 아닙니까"

3일 오전 11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 사고 희생자의 유족은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 등을 만나 비통한 표정으로 개탄했다. 회색 작업복을 입은 손 대표와 임원들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손 대표 등은 굳은 표정으로 유족들의 의중을 청취하고 앞으로의 상황 등을 설명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사측의 해명을 듣는 십수명의 유족들은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이었다. 일부 유족은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거나 얼굴을 손으로 감싸기도 했다.

유가족과의 접견이 끝나고 손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정말 죄송하다. 사고 수습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유가족의 큰 슬픔을 어찌 위로하겠냐마는 하여튼 저희가 최대한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전관리 부실에 대해 사과했는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는지'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한화에어로 역시 손 대표와 유족 간 오간 대화의 내용이나, 손 대표의 이날 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10시 59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로8번길 9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대 계약직 직원 2명과 숙련 노동자 3명이 숨졌다. 2명의 부상자 중 1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나머지 한 명은 경미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중 2명은 올해 2월 입사한 20대 청년이었다. 3명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현장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에어로는 유족에게 숙소 등 가능한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합동장례 등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다만 유족들 간의 논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 사망자들은 모두 연구원이 아닌 현장 작업자로, 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고체연료 추진체 제조에 쓰이는 공구·설비를 세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현장엔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 탓에 수사기관 등은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문제의 사업장을 책임지는 가재웅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장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타성과 관성에 젖어 수십 년 된 기존의 작업 방식을 버리지 못했던 게 사고의 원인이 된 것 같다"며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추진체 분진들이 미세한 정전기에도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한화에어로 측은 세척 공정이 상대적으로 폭발 위험이 적다고 설명하고 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