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ATM" 부르며 600만원 뺏은 10대들, 2심서 소년부 송치 선처

1심 "반성·사죄 기회 가져야" 실형 선고
"가족 선도의지, 형사처벌 전력 없어" 2심은 형벌 아닌 보호

대전지방법원·고등법원(DB) 2019.4.4 ⓒ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충남 청양에서 수년간 동급생을 반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가해자들이 항소심에서 선처받아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대전고법 제1-3형사부는 22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군(17) 등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B 군(17)으로부터 165회에 걸쳐 총 599만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 군 등은 B 군을 '노예', ‘빵셔틀’, ‘ATM 기기’라 칭하며 지속해서 괴롭혀왔는데, 나체 상태로 만들어 청테이프로 결박한 뒤 머리카락을 자르고 불법 촬영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 군과 가해 학생들은 모두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가해 학생들은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공동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퇴학 처분됐다.

1심은 피고인들의 자백 여부나 법정에서의 태도 등에 비춰 A 군 등 3명에게 단기 1년~장기 3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1명은 가정법원 송치 판결했다.

당시 1심은 "피고인들이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고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로 절실한 반성과 사죄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합의 의사 없이 엄벌을 촉구하는 점과 정신과 치료 등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판결에 고려했다.

그러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들의 항소 취지를 살핀 2심 재판부는 소년인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가혹한 폭행과 협박 등을 일삼아 범행 정도가 매우 무겁다"면서도 "다만 피고인들의 가족이 선도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전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세심한 보호와 교화를 통해 형벌보다 소년 특성을 고려한 보호처분을 부과하는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이런 일이 또 있다면 굉장히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반성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년부 송치 결정에 따라 구속 상태였던 피고인 2명은 곧바로 석방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