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게임을 한다면…KAIST, 비인간과 새로운 상호작용 가능성 제시

식물과 디지털 펫이 연동된 모습. 식물이 키우는 디지털 펫은 하루 리듬에 따라 책을 읽는 등 다양한 행동을 보이며 성장한다.(KAIST 제공) /뉴스1
식물과 디지털 펫이 연동된 모습. 식물이 키우는 디지털 펫은 하루 리듬에 따라 책을 읽는 등 다양한 행동을 보이며 성장한다.(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동식물 등 비인간과 교감하는 새로운 방식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산업디자인학과 이창희 교수 연구팀이 식물을 단순한 장식이나 센서가 아닌 ‘상호작용의 주체'로 활용한 연구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국제 학회 컴퓨팅 기계 협회(ACM) CHI 2026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고 15일 밝혔다.

최우수논문상은 전체 제출 논문 가운데 상위 약 1%에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특히 올해 학회에는 총 6730편의 논문이 제출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수상은 KAIST 연구진의 세계적 연구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 교수팀은 '식물이 게임을 한다면'이라는 논문을 통해 식물이 디지털 게임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 방식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을 단순한 센서나 장식 요소로 활용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식물의 상태 변화가 게임 진행에 직접 영향을 주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식물의 생체 전기 신호와 환경 데이터, 일주기 리듬(낮과 밤에 따라 반복되는 생체 변화) 등을 게임에 반영해 식물 상태에 따라 게임 속 캐릭터가 변화하도록 구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 이창희 교수(왼쪽)와 이윤지 박사과정(KAIST 제공) /뉴스1

식물과 연동된 디지털 펫은 책을 읽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과 진화를 이어갔다. 식물의 다양한 환경과 성장 과정에 따라 캐릭터 역시 각양각색으로 변화했다.

이용자는 게임을 직접 조작하기보다 식물의 변화와 반응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실제 전시 환경에서 사용자 연구를 수행한 결과, 참가자들이 식물의 느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특히 식물과 게임 속 가상 캐릭터에 정서적으로 몰입하고 공감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는 식물을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함께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인간 중심의 디지털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식물과 같은 비인간 존재와의 새로운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향후 게임 개발이나 디자인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시나 교육, 느린 상호작용 기반의 웰빙, 마음챙김 도구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물과 같은 비인간 존재를 하나의 행위 주체로 보고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탐색한 시도"라며 "앞으로는 인간뿐 아니라 AI, 로봇, 동물, 식물 등 다양한 비인간 존재와의 교감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지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이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ACM 디지털 자료관(ACM Digital Libra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