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가스 더 빠르고 민감하게 감지하는 '염소화 그래핀 센서' 개발

표준연-포항공대-서울대-성균관대 공동연구

염소화 그래핀 기반 가스센서(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금물을 활용해 상온에서 유해가스를 빠르게 감지하고 회복하는 '염소화 그래핀 가스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센서는 별도의 가열 장치 없이 구동이 가능해 그동안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로 소형 기기 탑재가 어려웠던 가스 센서의 실용화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가스 센서는 지하주차장, 보일러실, 산업 현장 배관 등 유해가스 누출 위험이 있는 곳에 설치되는 필수 장치다. 특히 이산화질소(NO₂)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매연에서 나오는 주요 대기오염 물질로, 인체에 유해해 정밀 감지와 상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센서 기술은 소재를 수백 도까지 가열해야 하는 특성상 전력 소모가 많고 발열 부담이 컸다. 대안으로 주목받아 온 그래핀 센서는 상온 작동이 가능하나 회복 속도가 느려 연속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KRISS 연구진은 염화나트륨(NaCl) 수용액(소금물)을 이용한 전기화학 공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핀 표면에 소금물을 떨어뜨린 뒤 전압을 가하면 소금물 속 염소 성분이 그래핀 표면에 균일하게 결합해 센서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독성 염소가스나 염산을 직접 사용하거나 고온·고압 공정이 필요한 기존 방식과 달리, 별도의 유해가스 없이 공정을 단순화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제조 비용 부담을 낮췄다.

개발된 센서는 상온에서 이산화질소 반응 민감도가 기존보다 약 2.5배 높아졌다. 가스 감지 속도는 157초에서 38초로 75.8% 단축됐다. 특히 가장 큰 제약으로 꼽히던 회복 시간은 1485초에서 202초로 86.4% 감소해 가스 감지 후 다음 측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25분에서 3분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으로 규명했다. 염소 처리된 그래핀은 이산화질소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동시에 주변 공기 중 산소와도 활발히 반응한다. 가스 감지 후 깨끗한 공기를 만나면 산소 분자가 이산화질소 분자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면서 외부 열원 없이도 상온에서 빠른 회복이 가능해진다.

이 기술은 히터가 필요 없는 상온 구동 방식인 데다 감도와 회복 성능까지 갖춰 연속적인 모니터링에 유리하다. 이에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나 환경 감시망 구축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 공동 교신저자인 KRISS 반도체디스플레이측정그룹 김연후 책임연구원은 "그래핀 센서의 최대 약점이었던 느린 회복 속도를 소금물이라는 안전한 재료로 개선했다"며 "가스 센서의 소형화와 저전력화를 가로막던 기술적 한계를 낮춘 만큼,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RISS 기본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으로 수행됐다. 표준연 오재연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포항공대(POSTECH) 이동화 교수, 서울대 홍병희 교수, 성균관대 안성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관련 성과는 재료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머티리얼스 케미스트리 에이(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