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고 팔아야" 주유소들 1900원대 유지…가격인하 시간 필요

주유소 재고 부담…충남 평균 휘발유값 1905원, 전날비해 14원↓
"재고 소진되면 주말 이후 가격하락 예상, 가격 예측 도움 기대"

중동 전쟁 여파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유소 기름값이 소폭 하락한 가운데 12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 주유소에서 관계자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이 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984원에서 1894원으로 내렸다. 2026.3.12 ⓒ 뉴스1 김기태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아직 재고가 남아 있어요"

충남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는 13일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에도 휘발유 판매가격을 전날과 같은 1900원대를 유지했다. 최고 가격제 시행 이전에 공급받은 물량이 남아서다.

A 씨는 "현재 탱크에 저장된 휘발유는 1870원대에 공급받은 것"이라며 "기름값을 낮추면 손해를 보고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0시 기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급가격(도매가)을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상한을 설정하는 최고 가격제를 시행했다.

충남 일부 주유소는 발 빠르게 1780원대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었지만, 대부분 주유소는 가격을 크게 낮추지 못했다. 실제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충남 지역 휘발유 1리터당 평균 가격은 1905원으로 전날 1919원에서 14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주유소 업주들은 최고가격제 시행을 반기면서도 하루아침에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시행한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적용된다. 소매상인 주유소는 1724원(휘발유 1리터 기준)에 공급받은 뒤 중간이윤을 붙여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주유소에 보유 중인 석유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높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물량이다.

또 다른 주유소 업주 B 씨는 "대형 업체와 달리 일반적인 주유소 운영자들은 일주일에 1~2차례 공급을 받는다"며 "비싼 가격에 공급받은 기름이 남아 있는데 당장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말이 지나면서 재고가 소진되고 주변 업체들이 하나둘 가격을 낮추면 기름값은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주유소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춰 판매를 시작했다.

충남에서 주유소 2곳을 운영한다는 C 씨는 "전쟁 이전 하루 2만 리터 판매되던 기름이 어제는 4000리터를 파는 데 그쳤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낮췄다"고 씁쓸해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최고가격제가 가격 안정 등의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A 씨는 "전쟁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공급가가 2000원이 넘는 등 가격 변동이 심해 소규모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체에서는 가격 예측이나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최저가격제 시행으로 가격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져 장기적으로는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