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장기 작업 스스로 쪼개는 계층형 AI 개발…성공률 2배 높였다

환각 줄이고 가상 가정환경서 61% 성공률…국제학술대회 발표 예정

계층적 AI 에이전트 '리액트리(ReAcTree)'의 개념을 소개하는 ETRI 연구진(ETRI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복잡한 장기 작업도 스스로 계획하는 계층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해 냈다. 환각을 줄이고 성공률도 2배나 높인 계층적 작업 계획 AI기술 개발로 로봇·에이전트의 장기 임무 수행을 도울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복잡하고 긴 절차가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하위 목표로 나눠 수행하는 계층적 작업 계획 AI 기술 '리액트리(ReAcTree)'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대형언어모델(LLM)이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이나 가상 에이전트가 실제 생활 속 복잡한 임무를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중요한 기술적 진보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대형언어모델은 뛰어난 언어 이해와 추론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요리나 청소처럼 여러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장기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 방식은 모든 절차를 하나의 긴 흐름으로 처리하는 구조여서 단계가 길어질수록 앞선 지시를 잊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는 '환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ETRI 연구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층적 에이전트 트리 구조'를 도입한 리액트리를 개발했다.

이 구조는 기업의 조직도와 유사하다. 상위 에이전트가 전체 목표를 관리하고, 하위 에이전트들에게 세부 임무를 나눠 맡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감자 슬라이스를 익혀서 냉장고에 넣어라'는 명령이 주어지면 리액트리는 이를 한 번에 처리하지 않는다. 대신 '식칼 찾기', '감자를 찾아 자르기', '자른 감자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기', '냉장고에 보관하기' 등으로 목표를 세분화 한 뒤 각 하위 에이전트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기존 AI는 중간에 감자를 데우는 과정을 생략하는 등 논리적 오류를 빈번하게 범하는 반면, 리액트리는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물건을 찾을 때도 각 방을 순차적으로 탐색하는 하위 목표를 자율 생성해 높은 확률로 목표물을 찾게 된다.

연구진은 에이전트의 실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과거 성공 경험을 저장해 유사시 활용하는 '일화 메모리'와 현재 환경 정보를 모든 에이전트가 공유하는 '작업 메모리' 두 가지 기억 체계를 결합했다.

기술 성능은 ETRI가 자체 개발한 언어 중심 절차 생성 AI 벤치마크를 기반으로 가상 가정환경 데이터셋에서 검증됐다. 현실적인 조건을 반영해 시야가 제한된 환경에서 평가를 진행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작업 성공률을 달성하였다.

특히 720억 파라미터 언어모델을 사용한 기존 방식은 31%의 임무 성공률을 기록한 반면, 리액트리는 61%의 성공률을 달성해 약 두 배 가까운 성능 향상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도 대형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기술 운용 효율성을 크게 높인 성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도형 소셜로보틱스연구실장은 "앞으로 환각 현상을 더욱 줄이고 에이전트가 사람에게 질문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기능까지 추가해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원하는 '자율행동체의 복합작업 자율 수행을 위한 임무 수행 절차 생성 기술 개발' 사업과 '스스로 불확실성을 자각하며 질문하면서 성장하는 에이전트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ETRI는 연구 성과를 AI 에이전트 분야 국제학술대회 'AAMAS 2026'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