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 논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거센 사퇴 압박 끝 해임
"일제강점기 한국인은 일본 국적, 광복은 연합국 선물" 발언
해임 사유는 지인 사적 초청·규정 위반 전시물 공개 등 14건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취임 1년 6개월 만에 19일 해임됐다. '광복은 연합국의 선물이라는 시각도 있다'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그는 여권으로부터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뉴라이트 학자라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김형석 전 관장은 지난 2024년 8월 8일 제13대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했다.
당시 역사학계와 시민단체는 독립기념관장 자리가 6개월 넘게 공석이라 후임 인선에 주목하던 상황.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기리는 독립기념관에 '뉴라이트 논란 인사를 임명하겠느냐'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벗어났다. 광복절을 열흘 앞둔 8월 5일 국가보훈부는 임원 추천위원회에서 선정된 3명 중 김형석 당시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석했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 후보가 면접에서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발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역사학계도 발끈했다. 연구 업적은 차치하고 그의 발언이나 연구자료가 뉴라이트 역사관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전 관장은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총신대에서 근무했다. '북한 대홍수' 이후 대북 사업에 힘을 쏟아 대북 의료 및 식량 지원 등의 활동을 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사이기도 한 그는 2021년에는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재단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주류 역사학계는 평가할 만큼의 연구 성과는 없다고 봤다.
김 전 관장은 그간 독립운동가 후손이나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이 주로 맡았던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생소한 인물이기도 했다.
실제 그는 "취임 이전에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며 "시설이 이렇게 낙후돼 있는지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 전 관장은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대해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때 일장기를 단 것은 일본 국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역사 문제로 극단적인 대립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마음으로 하나가 돼서 미래를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김 전 관장은 취임 직후 예정됐던 광복절 경축식을 정부 행사 참석을 이유로 취소했다. 천안시가 별도 행사를 주최했고, 역사·시민단체 등도 자체 행사를 진행했다. 역사 문제에 한마음을 주창한 독립기념관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광복절 경축식마저 둘로 쪼개진 모양새가 됐다.
역사·시민단체와 정당 관계자들이 1인시위 등을 이어가며 김 전 관장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그는 "사퇴할 이유가 없다"며 버텼다.
새 정부 출범 뒤에도 자리를 지키던 김형석 관장은 광복80주년인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에 관한 역사 인식의 다름이 자리한다"며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자 하늘이 준 떡"이라고 해 큰 논란을 빚었다.
이어 "이 같은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는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일제 폭압의 피해자인 우리 국민이 가해자의 시선인 세계사적 관점을 견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문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발언에 크게 분노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관장실을 점거하며 퇴진 압박이 거세졌다.
보훈부는 김형석 관장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해 14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 보훈부는 김 관장이 임기 중 지인을 기념관에 사적으로 초대하고 규정을 위반해 전시물 등을 공개했다고 봤다.
독립기념관 이사회는 이를 근거로 김 관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했고, 보훈부로부터 해임안을 제청받은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해임 절차는 마무리됐다. 독립기념관 개관 후 관장의 중도하차는 39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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