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반 걸렸던 등굣길" 목원대 미술학부 졸업하는 85세 만학도

한국화전공 이군자씨 총장공로상 수상

이군자씨가 자신의 목원대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졸업작품인 ‘추억은 아름다워’(162.2×130.3㎝, 장지에 채색, 2025)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목원대 제공.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대전=뉴스1) 박찬수 기자 = “늦었다고 생각 안 했어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을 뿐이죠.”

오는 20일 열리는 목원대학교 202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총장공로상을 받는 이군자씨(85)는 졸업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경기 평택시에 살면서도 학기 중 월~목요일 대전까지 통학해 목원대 미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과정을 마쳐 이번에 학사학위를 받는다.

이 씨의 학기 중 하루는 오전 3~4시에 시작됐다. 그는 오전 6시5분 집 앞에서 마을버스 첫차를 타고 전철로 평택역까지 이동한 뒤 오전 6시51분 기차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대전역에 도착하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유성온천역에서 내려 스쿨버스나 시내버스로 타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 등교하는데 약 3시간 30분 소요. 하루 통학에 왕복 7시간 가까이 걸리는 일정이었다.

이 씨는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배움 자체가 즐거움이었기에 장시간 통학도 수고가 아닌 배우는 기쁨으로 채운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 씨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배움에 대한 오랜 갈증’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가르쳐 주지 않아서 늘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고 했다. 75세 무렵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이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이후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 2022년 평택의 한 대학에 진학해 전문학사학위를 취득했다. 다음 선택은 목원대 편입이었고, 이 씨는 2024년 3월 미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3학년 편입생이 됐다.

이 씨는 목원대를 선택한 이유로 “한국화 분야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온 곳으로 알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추천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편입생은 2명이었지만 다른 1명은 한 학기 뒤 학업을 중단했고, 이 씨는 끝까지 남아 과정을 마쳤다.

새벽에 준비한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작업을 이어간 시간,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던 순간들이 특별했다고 말했다. 특히 손주뻘 동기들과 졸업작품을 준비하며 보낸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고 전했다.

이 씨는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과제 기준조차 낯설었다. 그림 크기부터 시행착오를 겪었다. 취미로 하던 습관대로 작은 크기의 화폭에 그림을 그렸지만 “작은 크기의 그림은 점수가 얼마 안 나오니 하나를 더 그리라”는 주변의 말을 듣고서야 기준을 알았다고 했다.

첫 학기 ‘채색화 표현기법’ 과목에서 C학점을 받은 것도 이 씨는 숨기지 않았다. 취미생활하고 학교생활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에는 대부분 A학점을 받았다.

정황래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교수는 “이군자씨는 출석과 과제라는 기본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지켰다”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늘 배우려는 마음이 느껴졌고 그 진정성이 작업의 밀도와 완성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도 분명했다. “누구나 못 이룬 꿈이 하나쯤은 있잖아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달려가야 해요.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기회가 다가올 때가 있을 것이고, 그동안의 노력이 그것을 잡게 해줄 것입니다.”

이희학 총장은 “이군자씨의 발걸음이 ‘배움에 끝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며 “새벽 통학을 마다하지 않고 학업을 완주한 과정 자체가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에 큰 울림이 됐다”고 말했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