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시설도 부족…대전 동계체육 구조적 한계 드러나
"엘리트 선수 육성 체계 마련해야"
-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이탈리아에서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메달 소식과 달리, 대전 동계체육의 현주소는 여전히 ‘인프라 갈증’ 속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026 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대한민국은 선수 71명을 포함한 130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해 금메달 3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세계 무대에서 선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대표단 명단에 대전 출신 선수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 체육계는 이를 단순한 ‘이번 대회 부재’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본다. 한 관계자는 “올림픽에 도전할 수준의 엘리트 선수층이 지역에 남아 있지 않다”며 “초등부 이후 상급 학교로 이어지는 육성 체계가 취약해 유망주들이 타 시도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빙상계는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열악한 시설 여건을 꼽는다. 대전에서 국제규격(60m×30m)을 갖춘 빙상장은 서구 탄방동 남선공원종합체육관 내 빙상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관중석과 부대 시설이 부족해 전국 규모 대회를 개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 시설은 2002년 서구청이 건립해 현재 민간 위탁 운영 중이다. 빙상장은 냉동·제빙 설비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특수 시설이어서 자치구 단위 운영에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빙상장은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시설로 자치구 차원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광역 단위 체육 인프라는 시가 책임지고 관리·운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시체육회 빙상경기연맹 한 임원도 “남선빙상장은 규모와 시설이 열악해 쇼트트랙 전국대회는 물론 동호인 대회 개최도 쉽지 않다”며 “전국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전용 빙상장 건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훈련 환경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빙상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다. 선수 훈련 시간은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하루 2시간에 불과하다. 이 시간마저 쇼트트랙과 피겨, 일반·동호인·엘리트 선수들이 나눠 사용해야 한다. 오후 8시 이후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이용한다.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다. 남선빙상장 1시간 대여료는 13만 원 수준으로, 휴일을 제외하고도 한 달 훈련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과천이나 아산 등 타지역으로 원정 훈련을 떠나고 있다. 이동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수 육성 기반도 취약하다. 현재 대전에서 빙상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한밭초등학교가 유일하며, 고등부 빙상팀은 전무하다. 초등학교 이후 진로가 막히다 보니 유망주들이 수도권으로 전학을 선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곧 지역 엘리트 선수층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전국동계체육대회 성적에서도 드러난다. 대전선수단은 2025년 제106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금 1개, 은 1개로 종합 14위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12~15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메달은 단독 출전 종목에서 나왔다.
대전시는 2026년 전국동계체전에 빙상 22명(선수 16·임원 6), 아이스하키 22명(선수 18·임원 4), 스키 11명(선수 7·임원 4), 컬링 14명(선수 10·임원 4), 산악 7명(선수 3·임원 4) 등 5개 종목 97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역 체육계는 “단순한 참가 인원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선수층을 얼마나 두텁게 만들 수 있느냐”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시설 개·보수를 넘어 전국·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한 전용 경기장 신설, 초·중·고 연계 육성 시스템 구축, 안정적인 훈련비 지원과 장기 발전 계획 수립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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