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사칭 사기…“물품 미리 구매 좀”

건설·전기 관련 기업 대표 4000만원 사기 당해

대전도시공사 직원 사칭 사기 주의 안내문 (공사 제공) / 뉴스1

(대전=뉴스1) 박종명 기자 = 대전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설·전기 관련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최근 대전시청 공무원을 사칭한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씨는 "전임자가 담당하던 전기주차장 화재 예방공사를 담당하게 됐다"며 "급하게 공사를 추진해야 하는데 (공사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구매해 달라"고 말했다.

B씨는 "공사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며 "화재 예방 관련 기기를 미리 구매해 달라. 곧 공사 대금을 입금하겠다"고 A씨를 안심시켰다. B씨는 대전시청 직원이 사용하는 명함도 위조해 A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A씨는 B씨가 알려준 업체에 400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납품 날짜에 물품이 도착하지 않아 업체에 전화를 해봤지만 전화번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낙심한 A씨는 그제야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시청에 근무하는 직원은 "A씨가 전화해서 B씨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시청에 그런 사람은 근무하지 않는다고 하자 한숨이 들려왔다. 당했느냐고 물어보니까 4000만 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전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C씨는 최근 중구청에서 전화를 받았다. 중구청 화장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화장실 소독기를 미리 구매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기범은 "최근 소독기 가격이 올라 책정된 예산으로 구매할 수 없다. 아는 사람이 싸게 준다고 하는데 현금 구매 조건이라 구청에서 구매할 수 없다"며 "물건을 대신 구매해 주면 공사대금과 함께 지급하겠다"고 했다.

C씨는 990만 원을 보내 소독기를 구매했지만 물품은 오지 않았다. C씨는 "알고 보니 나만 당한 게 아니었다. 비슷한 수법에 당한 사람이 주위에 두 명이나 더 있다"라며 혀들 내둘렀다.

대전시에서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직원을 사칭한 사기 시도가 4개 과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견적을 보내달라는 내용으로 해당 부서는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직원 사칭 사기 사건이 접수되면 해당 과에서 시청의 모든 과에 전파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주의 안내문을 게시한다"고 말했다.

대전시의회를 사칭한 사기 시도도 벌어졌다. 의회 관계자는 "의회 통역사를 사칭한 사람이 아파트 분양 현장을 다니며 명함을 돌리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도시공사도 공사 임직원을 사칭한 다양한 사기 범죄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과 협력사에 주의를 당부했다.

도시공사에 따르면 사기범은 가짜 공문서와 명함 등을 제시하며 공사 직원이나 관계자로 속이고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용역계약, 물품구매 등을 가장해 선입금 또는 송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모든 계약과 거래는 공식 절차에 따라 입찰공고문 또는 공사 홈페이지에 기재된 계약 담당자의 내선 번호를 통해서만 진행되며, 공사 임직원은 어떤 방식으로도 사후에 정산해 주겠다며 사전 입금을 유도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cmpark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