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아이들 방학 중 불규칙한 생활, 성조숙증 위험 높여
남지선 유성선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겨울방학은 아이들이 학업에서 벗어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기지만, 생활패턴이 쉽게 무너지는 때이기도 하다. 늦잠, 과식, 불규칙한 수면, 실외 활동량 감소등으로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지면서 성장과 사춘기 발달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계절적·환경적 요인은 성조숙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몇 년간 활동량 감소로 인한 비만 증가, 수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조기 사춘기 발현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겨울방학은 활동량이 감소하고 체지방이 쉽게 증가하는 시기여서 성호르몬 분비를 유도하는 호르몬 환경이 형성되기 쉽다.
또 겨울이라는 특성상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운동량이 줄고, 이로 인해 체지방 비율이 증가한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사춘기 발달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 과도한 체중 증가는 성조숙증의 주요 위험 요인이 된다. 늦은 취침과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고 생체리듬을 깨뜨려 사춘기 조기 시작과 관련된 내분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부모는 방학 기간 '키 성장 속도가 평소보다 빠른지', '체취가 갑자기 강해졌는지', '여아는 가슴 멍울이 만져지는지' 등을 간단히 확인해볼 수 있는데, 이런 셀프 체크만으로도 성조숙증의 초기 신호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아의 가슴 멍울, 남아의 고환 크기 증가, 또래보다 빠른 키 성장, 체취 변화, 여드름 증가 등이 대표적인 초기 신호다. 이런 변화가 관찰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뼈 나이 검사, 혈액검사, 성장 속도 평가 등의 정밀 평가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은 조기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따라 성장 예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겨울방학은 위험 요인이 증가하는 시기지만 동시에 성장관리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기도 하다. 규칙적인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주 3~5회 규칙적인 운동, 전자기기 사용 시간 조절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성장판 자극과 호르몬 균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또 방학 기간 아동의 키 성장 속도나 체중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성장·내분비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생활습관 변화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신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다. 겨울방학 동안 우리 아이의 생활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신체 변화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본다면, 성장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겨울방학 기간 동안의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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