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운행하던 ‘천안 산타버스’ 갑작스레 운행 종료
버스기사 최영형 씨. 부산 산타버스 민원제기에 자진 철거
최 씨 "아이들게 작별 인사 못 해 아쉬워"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산타버스 기다린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 못 해 아쉬워요"
충남 천안에서 산타버스를 운행해 온 최영형씨는 최근 버스에 부착했던 장식물을 철거했다. 운행 중 입었던 산타 옷도 벗었다. 천안 시내를 누비며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산타버스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최 씨는 "타지역에서 민원이 제기돼 산타버스 운행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나 천안시에 피해가 될까 봐 미리 철거했어요"라고 산타버스 운행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부산시에는 버스에 부착된 장식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며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부산시가 민원을 근거로 철거를 요청하면서 9년 동안 운행되던 산타버스의 운영이 중단됐다.
매년 겨울, 천안 시민을 미소 짓게 했던 산타버스가 멈췄다.
29년 무사고 경력의 베테랑 버스 운전기사 최 씨는 20년 넘게 천안에서 산타버스를 운영해 왔다. 수백만 원을 들여 장식물을 구입해 직접 설치하느라 쉬는 시간도 모자랐지만, 승객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였다.
천안 산타버스는 지난 2005년 버스에 사랑의 모금함을 설치한 일이 계기가 됐다. 모금함에 모인 성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최 씨는 어린이들을 위한 일을 고민하다 버스를 꾸미기 시작했다.
버스 내 장식물 부착이 금지돼 있는 데다 개인 소유 버스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반짝이 등 작은 장식물들만 붙였다. 하지만 1년 중 산타버스 운행 기간이 한달 정도에 불과하고, 승객 반응이 좋아 회사도 최 씨의 노력을 응원했다.
이후 최 씨는 버스에 별도의 전원 장치를 구입하고 전구도 달아 화려함을 더했다. 2시간 운행 뒤 주어지는 1시간 휴식 시간도 장식 꾸미는 데 할애했다. 장식이 화려해질수록 장식품 구입 비용이 늘어났지만, 최 씨는 그만큼 승객의 행복도 커졌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정류장에 있는 승객들이 산타버스를 보고 웃는 모습이 보이면 저절로 행복해져요. 그 모습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운영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십수 년을 달리며 천안의 명물이 된 산타버스는 올해 운행 종료가 예정돼 있었다. 내년 2월이면 30년 버스 운행 경력을 채우게 되는 최 씨가 퇴직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난 11월 운행을 시작하며 올해 크리스마스인 25일 운행을 끝으로 산타버스 운행을 종료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승객과 어린이들은 산타버스 운행 시간에 맞춰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일부 어린이집은 미리 탑승을 예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 산타버스 민원 제기로 급하게 운행이 마무리되면서 산타버스와의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게 됐다.
최 씨는 "우리 회사나 천안시에 민원이 제기되지는 않았어요. SNS에 타지역에도 산타버스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글이 게시되니까 회사나 천안시에 피해가 갈까 봐 스스로 내린 결정이에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올해가 마지막이라 선물도 많이 사서 나눠줄 계획이었는데, 아이들한테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산타버스가 운행될 수 있게 제도 등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산타버스를 사랑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산타버스 운행은 중단하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라며 또다른 희망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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