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한달…원인 규명 장기화·피해보상 착수

경찰, 증거 확보 난항…원인 특정 못할 수도
기업·주민 피해 신고 30여건…화재 건물 철거 방침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연면적 19만 3210㎡(약 5만 8000평) 면적의 초대형 물류센터는 지난달 15일 발생한 화재로 흉물이 됐다. 신발과 의류 1100만장을 보관하던 자리에는 일그러진 철골만 흉측하게 남아 있다.

경찰은 인근 기업과 주민에게 피해를 안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인 규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패션 측은 기업과 지역 주민의 피해를 신청받고 보상 절차에 착수했다.

화재 원인 드러날까…전기적 요인에 무게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를 수사 중인 천안동남경찰서는 최근 회사 관계자 등 중요 참고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쳤다. 화재 발생의 직접적인 책임이나 과실이 확인되지 않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그동안 건물 내외부 CCTV 등을 분석한 경찰은 처음 불꽃이 확인된 건물 3층 내부에 별다른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과실이나 방화보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기존에 확보한 증거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건물이 모두 불에 타면서 증거 수집에 어려움을 겪어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과 소방, 국과수는 화재 발생 지난달 합동 현장감식을 시도했지만 건물 붕괴 위험성이 커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증거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현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합동 감식을 종료했다.

지난 2014년과 2023년 발생한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도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지만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특정할 증거를 찾지 못해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확보한 증거, 관련자 진술, 국과수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꾸린 합동감식팀이 21일 오전 충남 천안시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25.11.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기업·주민 피해 30여 건…화재 건물 철거될 듯

화재로 인한 피해를 접수받은 천안시는 최근 30여 건의 피해 신고를 이랜드 측에 전달했다.

시에 따르면 공단 내 입주기업에서 모두 10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입주 기업들은 화재 당시 전기 공급이 중단되거나 건물 외벽 손상 등 직접 피해를 입었다. 검은 연기가 수일 째 발생하면서 공장 내 공기 필터 손상 등 간접 피해도 확인됐다.

또 분진이 수 ㎞까지 날아가면서 배추밭 등 농작물 피해 14건과 양계장 생산량 감소 1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밖에도 차량 2건, 아파트 2건, 비닐하우스 손상 3건, 편의점과 카페 영업 손실 2건이 접수됐고, 이랜드 측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체 접수한 피해 신고만도 100건이 넘는다.

회사 측은 피해 내용을 보험사에 전달해 피해가 확인되는 대로 보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소된 물류센터 건물은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관계자는 "불에 탄 건물은 안전과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건물 소유주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근 주민과 입주 기업 직원 등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며 "피해 보상과 건물 철거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현장감식이 실시된 21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이랜드유통 천안 물류센터가 화재로 일부 건물이 붕괴돼 있다. 2025.11.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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