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에 전사 故 소병민 중령, 전주·서산서 57주기 추모식

운산면 행정복지센터서 70여명 참석, 전주 이어 ‘2차 추모’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기고, 죽어야 산다”…호국정신 되새겨

지난 27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고(故) 소병민 중령 전사 57주기 합동 추모식 모습 /뉴스1 2025.11.28 ⓒ 뉴스1 김태완 기자

(서산=뉴스1) 김태완 기자 = 1968년 서산 운산면 태봉산에서 북한 무장공비를 추격하다 전사한 고(故) 소병민 중령을 기리는 제57기 합동 추모 행사가 지난 27일 전북 전주와 충남 서산을 오가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열렸다.

이번 추모행사는 전북특별자치도청이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재향군인회(회장 이한기)가 주관했다. 오전 전주고 교정에서 1차 추모식을 마친 뒤, 오후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서산 운산면 태봉산이 소재한 행정복지센터에서 2차 추모식이 이어지며 ‘영웅의 삶과 전장’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서산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전북·충남 재향군인회 회원, 예비군 지휘관, 서산·당진 지역 기관·단체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한기 회장과 김홍진 사무처장, 홍순광 서산시 부시장,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승철 부사단장(대령) 등이 자리를 지켰다.

전투사 소개에서는 고인의 삶이 간명하게 정리됐다. 1930년 전북 완주군에서 태어난 소 중령은 전주고와 육군보병학교를 졸업하고 6·25전쟁에 참전해 갑종 16기 장교로 활약, 1954년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1968년 11월3일 태봉산 일대에 침투한 무장공비 출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5시간 수색 끝에 간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적탄에 머리를 맞고 향년 39세로 전사했다. 정부는 같은 해 을지무공훈장을 추서했고, 1970년 모교 전주고 교정에 세운 동상은 2015년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추모식을 마치고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2025.11.28 ⓒ 뉴스1 김태완 기자

분위기가 가장 숙연해진 순간은 충남시낭송협회장이 낭독한 추모 헌시였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기고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는 대목에선 장내가 잠시 숙연해졌다. 이어 유가족 대표 장남 소우섭 씨와 이한기 회장, 홍 부시장, 32사단 지휘관, 전북 각 시·군 재향군인회 회장단과 여성회 회장들이 차례로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한기 회장은 추모사에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소병민 중령과 같은 호국 영웅의 피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전주와 서산을 잇는 합동 추모가 젊은 세대에게 안보 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순광 부시장은 “태봉산의 총성과 함께 스러져간 한 장교의 희생은 서산 시민의 일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도시 곳곳에 잠든 호국 영웅을 발굴하고 기억하는 일을 시정의 중요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행사의 마지막은 고인의 아들 소우섭 씨가 아버지께 띄우는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였다. 그는 “아버지가 전사하실 당시 저는 초등학교 1학년, 8살이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이 늘 마음의 짐이었다”며 “전주와 서산에서 아버지를 함께 기억해 주신 오늘의 추모가 유족에게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생을 아버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늦가을 비바람이 세차게 스치는 운산면 행정복지센터 마당. 전주에서 시작해 태봉산 전적지로 이어진 이날 합동 추모식은 한 호국 영웅의 생을 넘어, “자유는 거저 오지 않았다”는 오래된 명제를 다시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cosbank34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