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진 사기 수법…‘위조상품 DIY 조립키트’ 신종 범죄 잡았다

지식재산처 상표경찰, 명품 가방·지갑 조립 키트 유통 일당 검거
원단·부자재·제작설명서 등 2만1000점 압수, 업자 3명 기소

신상곤 지식재산처 지식재산보호협력국장이 정부대전청사 기자실(대전 서구)에서 위조상품 단속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지식재산처 제공.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이하 상표경찰)은 소비자가 직접 위조 명품가방·지갑을 제작할 수 있도록 구성된 ‘위조상품 DIY 조립키트’를 제작·유통한 조직을 적발해 A씨(50·여) 등 3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완제품이 아닌 ‘조립 키트’로 위조상품을 유통시킨 신종 범죄 수법으로, 상표경찰은 이런 취미활동의 형태가 위조상품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수사에 나섰다.

위조 원단 및 부자재, ‘조립 키트’ 등 2만여 점 압수

상표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의 한 공방 ‘ㄱ’ 업체의 A씨·B씨는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위조 원단과 부자재를 보관·관리하며 ‘조립 키트’를 제작·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을 성인 여성으로 제한하고, 구매자들이 제작방법을 공유하도록 운영하는 등 온라인·오프라인 유통 허브 역할을 했다. 서울 종로 금속부자재 업체 ‘ㄴ’의 C씨는 명품 가방 규격에 맞춘 위조 장식품을 ‘ㄱ’ 업체에 유통했다.

상표경찰은 이들 두 업체로부터의 ‘조립 키트’, 위조 원단, 금형, 금속 부자재 등 총 2만 1000여 점을 압수조치했다. 피의자들이 보관 중인 원단·부자재의 문양·패턴도 상표권 보호 대상이므로 이를 침해할 목적으로 제작·판매한 행위는 엄연히 상표법 침해에 해당된다.

소비자를 공범으로 유인하는 지능적 수법

상표경찰은 완제품이 아닌 ‘조립키트’를 ‘합법적 취미 활동’처럼 가장해 소비자를 위조품 제작 과정으로 유인하는 지능적 수법을 확인하고, 소비자가 본의 아니게 재판매 등을 통해 범죄나 판매행위에 연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공방·금속부자재·공급선의 연계를 확인했고 압수된 완성품 80여점은 정품가 7억 6000만원 상당에 해당되며 ‘조립 키트’ 600여점이 완제품으로 제작될 경우 20억 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 압수된 ‘조립 키트’의 제작 설명서에는 봉제 순서, 재단치수 뿐만아니라 위조 부자재 구매처까지 안내되어 있어 소비자가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상표경찰은 이러한 방식이 확산될 경우 소비자의 정상적 소비인식이 왜곡되고 위조상품 제작 장벽이 낮아질 우려가 있어 조기 차단에 나선 것이다.

신종 수법 겨냥 기획 수사…위조상품 단속 강화

이번 사건은 완제품이 아닌 소비자 제작형 ‘조립 키트’ 가 실제 단속된 국내 첫 사례로 위조 범죄수법이 갈수록 교묘화되고 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가 위조상품을 쉽게 접하고 제작·소비하도록 유인될 우려가 있으며 불법 거래 확산과 소비자 인식 왜곡을 심각히 초래할 수 있다.

지식재산처 신상곤 지식재산보호협력국장은 “조립 키트는 저렴한 가격과 온라인 상 제작 방법 공유를 통해 위조상품의 확산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위조상품의 제작 단계부터 유통·판매망까지 철저히 단속해 진화하는 범죄수법에 속도감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