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껐지만"… 초대형 물류센터 화재 철거·보상 등 과제 산적

불에 탄 건물 노출로 불안감↑…건물 처리 결정 시간 걸릴 듯
영업중단 업체·공공물 파손도 배상해야…이랜드 "최선 다할 것"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5일째인 19일, 화재 현장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이랜드유통 천안 물류센터와 불에 탄 패션 물류센터가 대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진압이 마무리되면서 피해 복구가 시작됐지만 건물 처리와 보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추가 붕괴 위험이 남아있는 데다 연기와 냄새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건물 철거 등 후속 처리가 속도를 내야 하는데, 화재 조사 및 경찰 수사가 남아 있고 건물 소유주도 달라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게 타고, 무너지고…화재 현장 바라보면 '참혹'

천안 동남구 풍세면 풍세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물류창고는 지난 15일 아침 발생한 화재로 전소됐다. 큰불은 9시간 만에 잡혔지만, 불꽃이 60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의류와 신발 등 1100만 장이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축구장 27개 면적의 물류센터도 절반이 무너지면서 종잇장처럼 휘어진 철골 구조물이 켜켜이 쌓여 있고, 나머지 절반은 검게 타 화재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특히 직선거리로 200m 내에 비슷한 형태의 이랜드유통 물류센터가 남아 있어 화재의 참혹함이 한눈에 비교된다.

절반은 무너지고, 나머지는 불에 타 뼈대만 드러낸 건축면적 3만 7755㎡(약 1만 1420평)의 5층 건물은 그 모습 자체로 위협적이어서 인근 주민과 업체 직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물류센터 인근 플라스틱 제조업체 관계자는 "유독 가스 냄새로 인해 머리도 아프지만 출근할 때마다, 추가 붕괴나 화재로 인해 회사에 피해가 없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사흘 째인 17일 충남 천안 동남구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굴절·고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잔불 진화를 하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화재 건물 철거될까…원인 조사 우선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건물 철거나 보수가 필요하지만 화재 원인 등을 밝히긴 위한 조사와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건물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이를 위해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후 신속하게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실제 현장 감식이 주로 진행될 장소는 건물 서쪽 주 출입문 주위지만 건물이 무너지면서 진입이 어렵다. 특히 지하 15m 깊이에 철골 구조물들이 쌓여 있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뿌려진 물이 고여 있어 추가 붕괴 위험도 우려된다.

경찰 관계자는 "진입로를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는 21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철거 등 건물 처리 여부는 이랜드 측이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

해당 건물은 부동산투자회사 소유로 이랜드는 매달 9억여 원의 임차료를 내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이 붕괴한 데다 남은 구조물도 장시간 화염에 노출돼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신속한 철거가 필요해 보이지만, 책임 소재와 피해 보상 등을 놓고 합의가 지연될 경우 건물이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도 있다.

충남 천안 동남구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이틀 째인 16일 화재 현장 주변에 출입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소방당국은 대응1단계를 유지한 채 화재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2차 피해도 보상해야…이랜드 "안전 최우선, 보상안 마련할 것"

화재로 인한 주변 기업과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화재로 물류센터 주변 업체 4~5곳이 영업 중단 등으로 인한 직접 피해를 입었고, 공단 주변 14개 업체도 직간접 피해를 신고했다.

물류센터에서 600m가량 떨어진 32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 김 모(35·여) 씨는 "화재 당일 지하 주차장에 분진이 날아들고, 아파트 주차장에는 화재로 인한 매캐한 냄새가 수일 째 빠지지 않는다"며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 통신, 도로 등 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도 이랜드 측에 있다. 한전 측은 손상된 전깃줄과 시설을 우선 교체한 뒤 이랜드에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랜드 측 관계자는 "화재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와 수사를 우선으로 관계 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며 "화재 건물의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건물 소유주 등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재로 인한 주변 업체와 주민들에 대한 피해도 신속히 파악한 뒤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피해 신고 창구를 단일화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