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류 1100만장 전소…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마에 잿더미(종합)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가 화마에 무너졌다.

충남 천안시 풍세면에 세워진 이랜드 물류센터는 연면적 19만 3210㎡(약 5만 8000평)의 초대형 물류센터다. 이랜드그룹이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형 물류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14년 건립했다.

건축면적 3만 7755㎡(약 1만 1420평)의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에는 층마다 160만 장에서 350만 장이 넘는 신발과 의류 등 1100만 장이 보관 중이었다. 초대형 직사각형 건물에 자주색을 바탕으로 지어져 멀리서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물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15일 오전 6시 8분, 4층에서 발화된 불씨로 9시간여 만에 힘없이 쓰러졌다.

당시 근무 중이던 현장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7분 만에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근 소방대에 출동을 명령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선착대가 불인 난 4층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불길이 거센 데다 진입로가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

불은 내부에 보관 중인 의류와 신발 등을 태우며 급속하게 확산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3분 만인 오전 7시 1분에 대응2단계를 발령해 충남 이외 지역 소방대를 동원했다.

검게 타오른 불은 화재 현장 하늘을 뒤덮었다. 검은 연기는 수㎞ 떨어진 천안 도심에서도 관측됐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은 2시간여마다 한층씩 내려와 오후 들어 지하까지 번졌다. 최초 1대가 투입된 헬기는 불길이 거세지면서 12대까지 늘어났다. 소방당국은 물류창고는 물론 창고 인근의 다른 공장에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쉴 새 없이 물을 뿌려댔다.

거침없이 타오르던 불꽃은 화재 발생 9시간 23분 만인 오후 3시 31분에 큰불이 잡혔지만 이미 건물은 전소된 상태였다.

장시간 화염에 노출되면서 건물 붕괴도 이어졌다. H빔 기둥과 철근콘크리트로 뼈대를 잡고, 외벽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창고는 수천 도가 넘는 열기를 견디지 못했다.

동서남북 4면 중 동서를 반으로 나눴을 때 북쪽 대부분 지역이 붕괴했다. 남쪽 벽은 기둥은 살아있지만 외벽이 다 뜯겨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서쪽 정문은 지하까지 완전히 무너져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건물 외부를 둘러본 구조기술사는 "건물 내부의 기둥 같은 부재들이 화재로 인해서 내력이 저하돼 내부에서부터 붕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큰불은 잡혔지만 내부에 적재된 의류와 신발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밤에도 불길은 멈추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오후 5시 40분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울산에 배치된 대형 방사포를 투입해 화마의 고삐를 쥐었다. 대형 방사포는 일반 소방차보다 20배 많은 분당 4만 5000리터의 물을 분사할 수 있다. 대형 방사포가 천안 화재 현장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가 지면서 투입됐던 헬기는 모두 철수했고, 대응2단계도 발령 12시간 만에 해제돼 각 시도에서 출동한 소방장비와 대원들도 복귀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유지하며 지역 소방자원을 활용해 밤샘 진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 내부 적재물이 연소하고 있지만 추가 대형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굴절고가 사다리차 등 장비를 활용해 진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