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작업자들 '배터리 방전' 필요한지도 몰랐다

경찰, 사업 입찰업체 불법하도급 위반 여부 수사
하도급업체가 공사 주도…화재 원인 내달 중 윤곽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3일차 합동감식이 시작된 가운데, 감식반이 화재 현장에서 반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운반하고 있다. 2025.9.29/뉴스1 ⓒ News1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대규모 국가 전산망 마비를 부른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인 무정전 전원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기본적인 사고 예방 수칙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는 UPS 주전원을 차단한 상태로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경찰은 UPS와 연결된 배터리랙(모듈 묶음) 전원은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당시 작업자들이 절연복을 입거나 사용 공구에 절연처리를 하는 등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고, 충전 상태의 배터리를 방전한 뒤 작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에 따르면 현재까지 작업자와 국정자원 관계자 등 총 29명을 조사해 작업 당시 배터리 방전을 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절연장비를 사용하거나 분리한 전선에 대한 절연작업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화재 당시 배터리 충전율이 80%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특히 경찰은 배터리 이전 사업을 수주한 2개 업체가 실제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3개 하도급 업체에서 공사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전기공사업법상 하도급 제한 등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화재 관련 국정자원 관계자 1명과 감리업체 직원 1명, 작업자 등 총 5명을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피혐의자 중 당시 화재로 부상을 입은 작업자는 당초 사업을 수주한 일성계전 소속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결과 하도급업체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경찰은 작업자들이 전기공사 자격이 있는 전문가들이고, 경력이 짧은 작업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당한 경력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압수수색물 분석을 대부분 마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및 재현실험 등 결과를 토대로 일부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감식 결과는 이르면 11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대현 수사팀장은 "UPS 관련 총 3차례 공사에서 배터리 이전은 처음이었고 흔치 않은 작업이어서 업체들도 경험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작업 관련 안전매뉴얼이나 작업 수칙 등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