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밝게 빛나리~냅둬유~♬"…유학 생활 한글로 노래한 학생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유학생들 세종한글축제서 한국어 실력 뽐내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우린 밝게 빛나리~냅둬유~♬"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을 한글로 노래해 호응을 얻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어드커 씨(20·몽골)와 엠마누엘 씨(27·탄자니아)는 한글날을 맞아 세종에서 열린 '세종한글축제 한글노래경연대회'에 참가했다.
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를 충청도 사투리인 '냅둬유'로 바꿔 노래했다.
원곡 가사의 뜻을 유지하면서 유학생의 현실을 반영한 한글 가사로 개사해 "길을 잃고 헤매일 때면 다가와 속삭이네/어두운 밤, 홀로 설 때 눈앞에 있는 날 감싸네/상처 입은 마음들이 희망의 노래를 부르네/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시 만날 희망/구름 짙은 어둠에도 빛은 나를 비추네/아침 눈을 뜨면 들리는 아름다운 속삭임 지혜로운 그말 냅둬유~ 우린 밝게 빛나리"로 번역했다.
이들은 이 노래로 '한글노래'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엠마누엘씨는 "한국어를 공부하며 노래로 한국어를 배우는 게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면서 "교수님과 함께 곡을 선정하고 개사했다"고 설명했다.
한기대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우킨타 씨(25·여·네팔)는 타국에서 공부하며 생활하는 유학생의 마음을 '어느 외국인의 카타르시스'라는 제목의 자작시로 표현했다.
그는 시를 통해 "나는 애틋한 마음으로 한국에 있는 꿈을 꿨다/ 이곳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을 걷고 있지만/아직도 그 끝은 멀게만 느껴진다"고 고백하면서도 "나는 이 낯선 사람들과 건물 그리고 거리 사이에서 마침내 오아시스를 발견했고/내 귓가로 밀려오는 속삭임을 들었다/"너는 이미 이곳에 속해 있어"/이것이 나의 카타르시스였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사우킨타씨는 "시를 좋아해 한국어과정 수료식에서도 자작시를 낭송한 경험이 있다"며 "외국 생활에서 경험한 정서적 해방감을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로 한국어 말하기 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선화 한기대 국제교육센터육센터 외국인학생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마음껏 펼칠 소중한 기회였다"며 "이들이 한국어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 표현하고 노래하는 모습은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사우킨타씨의 자작시 '어느 외국인의 카타르시스' 전문
나는 애틋한 마음으로 한국에 있는 꿈을 꿨다
이곳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도 그 끝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곳의 분주한 거리들은 나를 불러 세웠고
이 신비로운 도시들을 탐험해 보라고 속삭였다
‘안녕하세요’를 연습하며
낯선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문화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일상적 대화는 깨진 유리조각처럼 느껴졌다
해석하기도 소통하기도 어려웠고
사람들의 어색한 시선에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나는 외국인이니까
1년 만에 한국어 능력 시험을 통과했지만
강의실에서 교수님 말씀을 이해하기란
아직도 조금 어려웠다
유창함과 숙련도의 부족 탓이리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
이제는 쓰기, 읽기, 말하기 모든 것을
한국어로 해야만 한다는 것을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일은
내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았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절망과 무력감이
때때로 나를 괴롭히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르며
나는 이곳에서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불사조처럼
나의 소중한 꿈을 안고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다
나는 이 낯선 사람들과 건물 그리고 거리 사이에서
마침내 오아시스를 발견했고
내 귓가로 밀려오는 속삭임을 들었다
“너는 이미 이곳에 속해 있어”
이것이 나의 카타르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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