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들, 독립기념관서 추석 차례 지내
'점거농성 48일째' 역사독립국민행동, 차례상 마련
"김형석 관장 파면, 독립운동 역사 바로 세우는 기회 되길"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독립운동의 성지, 독립기념관에 추석 차례상이 차려졌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파면과 정상화를 촉구하며 48일째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역사독립국민행동은 6일 기념관 겨레의집 앞 광장에서 차례를 지냈다.
가을비가 내리는 흐린 날이었지만 참석자들은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영령 앞에서 경건하게 예를 갖췄다.
차례상에는 전과 나물, 국을 비롯해 제철 과일과 꽃게찜까지 다양한 음식이 올라왔다. 텐트 하나에 의지하며 숙식하느라 음식 장만이 녹록지 않았지만 정성만큼은 어느 집 차례상 못지않았다.
이영선 6·10만세운동유족회 사무국장은 "여러 독립운동가 후손이 몸과 마음을 모아줬다"며 "텐트 생활이라 조리 도구 등이 부족했지만 추석 전 미리 장을 보고 전날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을 떠나 기념관에서 차례를 지내야 하는 참석자들은 차례를 지내는 동안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황선건 역사독립국민행동 대표는 "1년이면 제사를 12번을 지내는 집안의 장손으로서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선조들 앞에서 차례를 지내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조상에 대한 예는 물론 이름 없는 독립투사와 서훈 없는 항일 혁명가를 위해서도 머리를 숙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큰절한 뒤 '대한독립만세'를 외쳐 주위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방문한 최준국 씨는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망설임 없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목숨 바친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참석했다"며 큰절했다.
황선건 대표는 "일제강점기 옥살이한 독립운동가는 6만 3000여 명에 달하지만 광복 후 지금까지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는 1만 8000여 명에 불과하다"며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려는 국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형석 관장의 파면을 시작으로 독립기념관의 정상화와 함께 독립운동 역사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독립운동가 후손과 역사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역사독립국민행동은 독립운동사 폄훼 발언을 일삼은 김형석 관장의 파면을 촉구하며 지난 8월 20일부터 기념관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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