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재학생 단톡방에 '교수 성비위' 게시한 남성 무죄
법원 "피해 예방 목적 인정"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교수의 성 비위 사실을 학과 단톡방에 게시해 약식명령을 받은 남성이 정식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해당 글에 '피해 예방'이란 공공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A 씨(53)는 작년 3월 충남 아산의 한 대학교 법경찰학과 재학생들로만 구성된 학년별 SNS에 교수 B 씨의 성 비위 사실을 게시했다. 해당 글엔 'B 교수가 자신이 고른 여학생에게 A+ 성적을 주고 연구실 등에 불러 성추행하거나 SNS로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 B 교수는 지난 2016~22년 매년 1~4명의 여학생에게 유사한 행위를 반복해 2023년 7월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받고 그해 2학기 수업에서 배제됐다. 다만 학교 측은 B 교수의 성적 처리가 공정했는지에 대해선 입증이 어렵단 이유로 판단하지 않았다.
학교는 B 교수에 대한 징계 처분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신고한 학생들에게만 뒤늦게 메일로 알려줬다.
이런 가운데 이듬해인 2024년 B 교수가 수업에 복귀하자 학생들은 사과나 재발 방지 조치가 없다며 반발했다.
평소 피해 학생들과 이 문제로 고민하던 A 씨는 B 교수의 성 비위 내용 글을 재학생만 모여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 그는 "후배가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피해 학생들이 제보했다"고 해당 글에 적었다.
A 씨는 이 글과 관련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해당 법은 '사람을 비방 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 씨는 검찰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9단독 박혜림 부장판사는 '드러낸 사실이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게시글은 B 교수를 비난하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향후 해당 수업을 수강 신청하려는 재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다"며 "피고인의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B 교수를 비방할 목적이 있단 사실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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