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학교가유’…서산 어르신들의 늦깎이 초등학교 나들이

시, 대산초에서 1일 체험 프로그램 열어
“아이들처럼 설레고 기뻐…글 공부 힘이 더 생겨요”

지난 17일 대산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할머니 학교가유 프로그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9.18/뉴스1

(서산=뉴스1) 김태완 기자 = 책가방 대신 마음 가득한 설렘을 안고 어르신들이 초등학교 교정을 찾았다. 배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뒤늦게나마 채우기 위해, 또 아이들처럼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급식을 함께 나누며 삶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서산시는 지난 17일 대산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일 체험 프로그램 ‘할머니 학교가유’를 열고 성인문해교육 마을학교 수강 어르신 41명을 맞이했다. 참여한 어르신들은 대산읍 기은1리, 대죽1리, 운산1리, 대산노인대학, 종합사회복지관 대산분관 등에서 글공부를 이어오고 있는 분들이다.

이날 어르신들은 초등학생들과 나란히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들으며 오랜 숙원 같던 ‘학교 생활’을 경험했다. 점심시간에는 급식실에 모여 아이들과 같은 메뉴를 함께 먹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 어르신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자유로운 모습이 참 부러웠다”며 “오늘 하루는 진짜 학생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뛰었고, 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할머니 학교가유’ 프로그램은 지난 4월 운산초등학교, 5월 부성초등학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오는 9월 19일 부석초등학교, 11월 19일 인지초등학교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누구보다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와야 했던 어르신들의 오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길 바란다”며 “한글을 배우겠다는 어르신들의 열정을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성인문해교육 마을학교를 통해 매년 시화전, 평생학습 발표회 등을 열어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성취와 사회 참여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글자를 알게 된 어르신들이 다시금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배움의 기쁨을 세대와 나누고 있는 것이다.

cosbank34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