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 '독립기념관장 파면 건의안' 상정 무산

의장 직권으로 상정 안하자 민주당 의원들 항의
독립운동가 후손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짓"

12일 천안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김형석 관장 파면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부착하고 본회의에 참석했다. 2025.9.12. /뉴스1ⓒNews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의원들이 발의한 '독립기념관장 파면 촉구 건의안'이 본회의 상정도 못한 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천안시의회는 12일 제282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 의원 징계 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이날 상정된 30여개의 안건 중에는 민주당 천안시의원들이 발의한 '독립정신 폄훼한 독립기념관장 파면 촉구 건의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종갑 의원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역사 왜곡 발언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김형석 관장의 즉각 파면과 후임 관장 임명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과 광복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부 요직에 발탁되는 경우가 없도록 정부와 국회에 법과 제도 개선도 요구도 담았다. 민주당 시의원 12명이 모두 참여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처리를 기대했지만 김행금 의장은 직권으로 건의안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본회의장 앞에서는 독립기념관에서 24일째 농성 중인 독립운동가 후손과 천안민주단체연대회의 회원 10여명이 일찌감치 나와 회의장에 입장하는 의원들을 향해 건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형석 관장 파면하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를 자리에 붙이고 회의에 참석했다.

정시에 개회한 본회의는 37개의 안건을 처리할 때까지 무리가 없이 진행됐다.

12일 천안시의회 본회의에서 김형석 관장 파면 건의안이 상정되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025.9.12. /뉴스1ⓒNews1 이시우 기자

하지만 37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자연재해 재난지원금 제도 개선 촉구 건의문'이 채택된 뒤, 파면 건의안에 대한 언급없이 다음 안건인 의원 징계의 건으로 넘어가면서 고성이 오고갔다.

김 의장은 의원 징계의 건 처리를 위해 비공개 회의를 선언하고, 퇴정을 요구했지만 갈등은 오히려 격화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파면 건의안을 상정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었고, 상정한 뒤 표결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방청객들도 김행금 의장을 향해 "파면 건의안을 상정하라",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짓 하지 말라"고 소리쳤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란이 계속되자 자리를 떴다.

김 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한 뒤에도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낮 12시 20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천안의 독립기념관은 일본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선조들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장소이자 국민의 성금으로 조성된 민족의 성지로, 독립정신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인물이 더 이상 머물 수는 없다"며 건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천안시의회 의원들의 결정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역사 앞에 부끄러운 결정을 하지않도록 파면 건의안을 상정하고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행금 의장은 건의안을 상정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시의회는 오후 2시 회의를 속행할 예정이다.

앞서 충남도의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독립기념관장 파면 촉구 건의안 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된 바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천안민주단체연대회의 회원들이 12일 천안시의회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들을 향해 김형석 관장 파면 건의안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2025.9.12. /뉴스1ⓒNews1 이시우 기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