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들 "김형석 관장 기자회견, 논할 가치도 없어"

관장실 점거 농성장서 시청…"역사 인식, 섬뜩하다"

8일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천막 농성장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김형석 관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5.9.8/뉴스1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가난했지만,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관장실 점거 농성 20일째인 8일,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관장실이 있는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앞 천막에 모여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김형석 관장을 지켜봤다. 후손들은 지난달 25일 김형석 관장의 출근을 저지 과정에서 대치한 이후 김 관장이 관장실을 찾지 않으면서 대면 기회가 없었다.

김 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광복절 경축식의 메시지를 왜곡해 악용하며,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사태의 책임을 언론과 후손들에게 돌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내특파원으로 제2차 만세시위운동을 추진하고 대한독립군사령부 결성에 참여한 박문용 독립운동가의 후손 박경주 씨(73)도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묵묵히 발언을 청취한 박 씨는 "근사하게 포장하지만 결국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식민사관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며 "철면피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 하시면서 가정 형편은 어려워졌고, 고스란히 후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시절 힘든 형편에도 나라를 지킨 가문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다"며 "김 관장의 잇단 발언을 들을 때마다 섬뜩하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관장실을 불법 점거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현종갑 민촌인문학도서관장은 "친일 인사가 점령했던 독립기념관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되찾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당한 김 관장은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관장이 후손들을 향해 정치적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서는 혀를 찼다.

후손들은 "어느 당에 가입해 본 적도 없다. 김 관장이 오히려 정치색을 입히려고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현장에 와서 후손들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영 역사독립국민행동 사무총장은 "역사를 정치 문제화하는 것은 군부독재와 사대주의 일제 부역자들의 특징"이라며 "역사 왜곡의 문제를 정치문제로 돌리는 야비한 행동으로 논할 가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8일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천막 농성장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김형석 관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5.9.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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