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꿈씨세상”… 역무원 한마디가 바꾼 할머니의 약속
창원 손자에게 특별한 추억 선물… 역무원 활약 빛나
대전 지하철, 단순 교통 넘어 추억 형성 공간으로 활용
- 이동원 기자
(대전=뉴스1) 이동원 기자 = 창원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대전을 찾은 다섯 살 손자와 함께, 한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려둔 약속을 지키고자 했다. 특히 손자에게 대전의 마스코트 '꿈씨패밀리'로 꾸며진 '꿈씨테마열차'를 꼭 보여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내비쳤다.
대전의 마스코트 '꿈씨패밀리'로 꾸며진 특별 열차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화사한 색과 귀여운 캐릭터로 가득해 어린이들에게는 '달리는 동화책'과도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찾은 첫날, 손자와 할머니는 판암역에서 서대전네거리역까지 두 시간을 오갔으나, 기다리던 열차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길, 한 역무원이 다가와 시간표 확인을 돕겠다고 제안하며 연락처를 남겼다. 이는 이들에게 다시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됐다.
다음 날 오전 5시,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오룡역으로 향했다. 전날 도움을 약속했던 김소희 역무원은 환한 미소로 운행 시간표를 건네며 "오늘은 꼭 타실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추억을 만들라"고 전했다. 역무원의 따뜻한 격려는 이들의 전날 허탈감과 이른 아침의 피곤함을 잊게 했다.
마침내 플랫폼에 꿈씨테마열차가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객실은 꿈씨패밀리의 세상으로 변했다. 대전의 명소, 별빛 가득한 우주, 아기자기한 꿈씨의 집까지 차량마다 다른 테마가 펼쳐졌다. 손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닥과 창문, 천장을 샅샅이 살폈다. "와, 진짜 꿈씨세상이야!" 손자의 한마디에 할머니는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이 순간이 바로 할머니가 그토록 원했던 추억의 한 조각이 이뤄졌다.
할머니에게 대전 지하철은 단순히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손자가 대전을 찾을 때마다 함께 떠나는 작은 여행의 무대가 되었고, 그 속에서 특별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였다. 이번 꿈씨테마열차 경험은 그 여정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한 장면으로 남았다.
김소희 역무원은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거릴 때 저희도 행복하다. 작은 안내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특별하게 바꿀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의 보람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할머니는 다시금 깨달았다. 따뜻한 마음이 평범한 하루를 기적 같은 이야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손자의 웃음과 역무원의 친절이 어우러진 순간, 대전 지하철은 할머니와 손자의 여름방학을 가장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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