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판사도 신뢰 못하지…파기환송심 가서야 뒤집힌 '성폭행 외삼촌'

수년간 '조카 성폭행 혐의' 외삼촌…무죄 뒤집혀 징역 9년
검찰 상고에 파기환송…대전고법 "지배 하에 범행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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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홀로 지내던 조카를 거둔 뒤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50대에 대한 무죄 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 뒤집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는 친족관계에의한강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5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차례 30대 외조카 B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999년 부모의 이혼과 부친의 사망으로 홀로 지내던 B 씨를 데려와 자신의 비디오 대여점에서 지내며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B 씨가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바람을 피운다"며 화를 냈는데, 이때부터 외출을 통제하면서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겁을 주기 시작했다.

검찰은 당시 B 씨가 19세였던 때부터 A 씨가 B 씨를 폭행.협박해 반항할 수 없게 한 뒤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고 봤다.

그러나 1심은 B 씨가 A 씨 집에서 출퇴근하며 꾸준히 직장 생활을 한 점, 수영대회에 참가하거나 학원을 다닌 점 등에 비춰 경제적으로 의존하거나 반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폭행 또는 협박해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친족관계에의한준강간을 예비적 죄명으로 추가하기도 했으나 2심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의 상고 이유를 살핀 대법원은 준강간죄에 대한 무죄판결은 위법하다며 지난 5월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간음행위가 있기까지 단절 없이 반복·계속된 성적 행위와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지배·예속관계 등 전체 맥락 속에서 판단하지 않고 피해자가 보인 단편적 모습 등에 주목해 내린 무죄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다시 법정에 선 A 씨는 법원 직권으로 법정 구속돼 구금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다.

A 씨는 또다시 B 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원심 때와 달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19세 무렵 처음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장기간에 걸친 폭행과 성적 학대로 강한 심리적 예속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과 단절된 채 자포자기한 상태로 강압적 성행위 요구에 응하면서 대항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심리적 항거불능의 상태였다고 볼만한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범행 기간 취미와 사회활동을 하며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였더라도 범행 당시 처한 지배상태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상심리전문가 등의 평가에서 일관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나타난 점, 피해자는 오직 피고인의 결정에 따라 성행위에 응하는 태도를 반복해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무겁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은 30대 중반이 돼서야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피해자의 생존심리로 뒤늦게 알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