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살해' 1심 징역 16년→항소심 12년 감형…무슨 일?

피해자에게 속은 정황 드러나…法 "1심 판결 과도"

대전지방법원·고등법원(DB) ⓒ News1

(대전=뉴스1) 최형욱 기자 = 채권자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60대가 피해자에게 속아 돈을 빌렸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항소심에서 감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69)에게 1심 형량보다 낮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1월 29일 충남 천안에 있는 지인의 누나 B 씨 주거지에서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격분해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작년 10월 음주 운전을 무마하기 위한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B 씨에게서 2000만 원을 빌렸다가 800만 원을 갚았으나, 이와 관련된 문제로 B 씨 동생인 C 씨에게 불만을 갖게 됐다. A 씨는 범행 당시엔 B 씨가 C 씨를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하자 화가 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행위는 고귀한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그 결과가 매우 중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징역 16년을 선고했으나, A 씨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후 2심 재판 과정에서 B 씨와 그 가족 등이 A 씨를 속여 돈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B 씨 가족 등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A 씨에 대한 사기 범행을 실행하면서 의도적으로 A 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음주 운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에 피고인은 B 씨에게 부담하지 않아도 될 채무를 변제하던 중 채무를 독촉받고 금전 문제로 언쟁하던 중 살인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피고인이 사기 범행을 인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 있어 피해자에게도 일정 정도의 귀책 사유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1심 판결은 과도했다고 보여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판시했다.

choi409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