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문화유산을 잇다…서산문화원 ‘서산학’ 첫 답사

보원사지·개심사·해미읍성 탐방 해설과 역사 여행

운산면 보원사지 주지 정범 스님이 5층 석탑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8.10/뉴스1 김태완 기자

(서산=뉴스1) 김태완 기자 = 충남 서산문화원이 주관한 ‘서산학’ 첫 번째 답사가 지난 9일 성황리에 열렸다.

백종신 원장을 비롯한 80여 명의 수강생은 관광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운산면 보원사지–개심사–해미면 해미읍성을 잇는 하루 문화유적 탐방에 나섰다. 이번 답사는 서산이 간직한 불교와 유교, 그리고 조선시대 성곽 문화를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백제·고려·조선을 품은 보원사지

첫번째 코스인 용현계곡의 보원사지는 백제 말기부터 고려·조선에 이르기까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반경 5㎞ 안에 국보와 보물 21점이 집중된 국내 유례없는 문화재 보고다. 주지 정범 스님은 현장에서 “보원사지 5층석탑은 백제 정림사지 석탑의 계열을 잇는 걸작”이라며 “1200~1400년 전의 건립 시기를 두고도 학계에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님은 대웅전 뒤 창고에서 발견된 421판의 경판 중 321판이 보물로 지정된 사연을 전하며, “수백 년 전 제작된 경판과 그 인쇄본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판 제작 시기로 지목된 1565년은 조선 명종 시기로, 문정왕후의 불교 부흥 의지가 깃든 시대다.

이어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 김재신 씨가 천 년의 역사를 압축한 해설을 전했다. “보원사지 입구의 보물 제103호 당간지주는 높이 4m로, 과거 수륙재와 대법회 때 깃발을 걸던 의식용 구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의 상징인 보물 제104호 오층석탑은 백제 정림사지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통일신라와 고려의 조형미를 함께 담고 있다”며 “기단부에는 사자상, 팔부신중상, 건달파, 아수라 등의 조각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고, 1993년 해체 수리 과정에서 사리장치와 금동불상 등이 출토됐다”고 해설했다.

운사면 개심사 대웅보전 앞에서 주지 혜산 스님께서 사찰의 역사와 문화재를 설명하고 있다. 2025.8.10/뉴스1 김태완 기자

고려시대 고찰 개심사

두 번째 코스인 개심사(開心寺)에서는 주지 혜산 스님이 직접 사찰의 역사와 문화재를 소개했다. 개심사는 통일신라 말 창건설과 고려시대 중창설이 전해지며, 경내에는 보물 14점이 남아 있다. 특히 아미타목조여래좌상은 국보 승격을 추진 중이다.

주지 스님은 “전국의 소규모 사찰 중 이렇게 많은 보물을 보유한 곳은 손에 꼽힌다”며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소홀히 하지 말고, 후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관심과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개심사라는 이름에는 ‘마음을 열어 장애를 없앤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해미면 해미읍성 진남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산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8.10/뉴스1
조선 성곽문화의 현장, 해미읍성

마지막 코스인 해미읍성에서는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 권은희 씨가 성곽 곳곳에 새겨진 각자석(刻字石)의 의미를 전했다. 각자석은 조선시대 성곽 축조에 참여한 지역과 책임자를 새긴 돌로, 당시의 ‘공사 실명제’라 할 수 있다.

권 해설사는 “진남문에서 시작해 성벽을 따라가면 ‘충주’, ‘공주’, ‘청주’ 등 당시 축성에 참여한 지역명이 새겨져 있다”며 “성벽 색깔과 돌의 형태가 다른 구간은 보수 여부와 시기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답사는 불교문화의 중심지 보원사지, 백제 고찰 개심사, 그리고 조선시대 성곽 해미읍성을 잇는 서산의 역사문화 벨트를 한눈에 조망하는 자리였다. 백종신 서산문화원장은 “서산학은 지역의 역사·문화·인물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사업”이라며 “첫 답사로 세 유적을 잇는 일정은 서산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답사는 단순한 유적 견학을 넘어, 서산이 간직한 1000년 불교문화의 정수를 확인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cosbank34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