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단백질·RNA 제어하는 '릴리저 기술' 개발

KAIST 허원도·박용근 교수 연구팀 "뇌신경 연구 등 활용 기대"
질병 연구·신약 개발 위한 정밀 제어 플랫폼 제시

인공 응축물 시스템 RELISR은 단백질을 저장하는 'Protein-RELISR'과, mRNA를 저장할 수 있는 'mRNA-RELISR'이 있다. 이 인공 응축물들은 청색광조사에 의해 분해되고, 암흑 상태에서 재조립될 수 있다. (KA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7.23/뉴스1

(대전=뉴스1) 이동원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물리학과 박용근 석좌교수 연구팀과의 협력을 통해, 단백질 및 mRNA를 세포 내에서 빛으로 원하는 시점에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는 '릴리저 기술(RELISR: REversible Light-Induced Store and Release)'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기술은 세포 내 다양한 생체 분자가 막이 없는 응축체에 저장되어 기능을 조절한다는 최신 세포 기능 조절 원리를 빛으로 구현한 기술이다.

인공 응축물 시스템(RELISR)을 활용한 세포 모양 변화. (KA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7.23/뉴스1

연구팀은 특정 분자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표적 부위가 부착된 광유전학 단백질 복합체를 활용하여 빛 반응 분자 저장·방출 시스템인 릴리저 기술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세포 및 생체 내에서 특정 단백질 또는 mRNA를 릴리저에 안정적으로 저장한 후 빛을 비추어 원하는 시점에 방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을 저장·방출하는 '단백질 릴리저(Protein-RELISR)'로 세포 모양 변화 및 신경세포 내 국소 단백질 활성 등 미세 환경에서의 생화학 반응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mRNA를 표적으로 하는 'mRNA 릴리저(mRNA-RELISR)'를 활용하여 mRNA가 세포질 내에서 번역될 시점을 빛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으며, 생쥐 모델에서도 mRNA 번역 조절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생쥐 내에서 인공 응축물 시스템(RELISR)을 활용한 표적 mRNA의 발현. (KA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7.23/뉴스1

이번 연구는 기존의 광유전학 기술인 'LARIAT'(단백질/mRNA 올가미)이 표적 분자를 순간적으로 '가두는' 방식에서 나아가, 동일한 광자극으로 무막 응축체에 저장된 단백질과 mRNA를 즉시 '방출해' 단백질의 기능을 복원하고 mRNA 번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릴리저 플랫폼이 광유전학 원리를 기반으로 한 범용 도구로서 뇌신경세포 연구, 세포치료제, 차세대 신약 개발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으며, 향후 유전자 가위 시스템 등과 결합할 경우 더욱 정밀한 치료 도구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IST 생명과학연구소 이채연 박사가 제1 저자로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2025년 7월 7일 자로 게재됐다. 본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newskij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