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경보 발령되면 산촌에서는 무조건 즉각 대피가 답"(종합)

"산사태 많이 나면 예산 늘고 없으면 주는 관행 없어져야"
'극한호우에 급경사지·마사토' 구조적 문제도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 폭우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려 주택 등이 파손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2025.7.2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최근 산사태가 잦아지는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호우, 산지전용, 산불 피해 등 복합적인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산림청 '산사태 제대로 알기'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400ha(최근 약 40년간)의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약 3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액은 약 350억 정도다.

산사태 증가 이유로 단연 폭우를 꼽을 수 있다.

시간당 강수량 50mm 이상의 폭우가 1970년대에는 7.1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18.0회로 지난 30년간 2.5배 이상 증가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도 급증 추세다.

2020년 중부지방 기준 54일간의 최장 장마 기간은 이러한 상황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2023년에는 선상 강수대의 영향으로 충남, 경북북부 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또 우리나라는 산지의 경사가 급하고 토양의 응집력이 낮은 '마사토'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산사태에 취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산사태는 7월(715ha, 26.5%)과 8월(1561ha, 57.9%)에 주로 발생했으며, 전체 산사태 피해의 98.7%가 7월 이후 집중되었다.

한편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산청과 가평 지역 상당수가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산사태 취약지역'을 보다 촘촘히 지정,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청에서는 사망 10명, 중상 2명, 실종 4명의 인명 피해가 집계됐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 위험으로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산청에서는 주택 여러 채가 매몰되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4명이 매몰돼 1명이 숨지고 나머지 3명은 구조됐다.

문제는 이번에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산청과 가평 중 상당수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사태 취약지역' 제도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면서 '산사태 취약지역'을 보다 촘촘히 선정,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국토의 63%인 임야를 조사해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년 취약지를 발굴 지정 관리한 뒤 심의회를 통해 해지하는 한편 다시 발굴해 관리하는 등 계속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또 재난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신속한 대피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은 "산림재난이 발생할 경우 긴급대피 재난문자 전송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마을 이장들을 중심으로 집집마다 다니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어르신, 장애인 위주로 대피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실제 대피할 수 있도록 차량 동행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마을 단위로 야외 방송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집집마다 실내에서도 스피커로 들을 수 있는 ‘스마트방송’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남 석좌교수는 "현직에 있을 때 각 지자체 현장에 가보면 스마트방송이 있는 곳과 없는 지자체의 편차가 심한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당시 지자체가 주관해 지방비로 설치한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지방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해 국가재난 안전관리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산촌에서는 무조건 대피하는 것이 맞다. 산불과 달리 보이지 않는 산사태는 즉각 대피가 답이다. 중앙부처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사방댐 등 예방사업 등 정책에 치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로 인해 산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경각심이 절실해졌다. 엄청난 양의 강우량을 기록하는 만큼 종전 경험에만 의존한 채 집에 머무르면 절대 안 된다"고 설명했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