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포도당에만 반응하는 신경회로 찾았다…"비만·당뇨 치료 단서"

장내 포도당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뇌 시상하부 CRF 뉴런 연구 설명(KAIST 제공) /뉴스1
장내 포도당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뇌 시상하부 CRF 뉴런 연구 설명(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서성배·이승희 교수 연구팀과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영균 교수팀,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이 장내 포도당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선호하도록 유도하는 장-뇌 회로를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기존 연구들은 장내 총열량 정보가 시상하부의 '배고픔 뉴런(hunger neurons)'을 억제함으로써 식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왔으나 특정 포도당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장-뇌 회로와 이에 반응하는 특정 뇌세포의 존재는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의 기능에 필수적인 포도당을 감지하고 필요한 영양소에 대한 섭취 행동을 조절하는 회로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 회로는 뇌의 '스트레스 반응 세포(CRF 뉴런)'가 배고픔이나 외부 자극뿐만 아니라 소장에 직접 유입된 특정 열량 영양소에 대해서도 초 단위로 반응하며 특히 포도당(D-글루코스)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뇌 속을 실시간으로 정밀 추적할 수 있는 광유전학 기반 신경 활성 조절 및 회로 추적 기법으로 포도당(D-글루코스·L-글루코스), 아미노산, 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를 쥐의 소장에 주입하고 관찰했다.

그 결과 뇌 시상하부의 '시상하부 시상핵(PVN)' 부위에 있는 CRF 뉴런이 D-글루코스 포도당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며 다른 당류나 단백질·지방류에는 반응하지 않거나 반대 방향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 소장의 포도당 감지 신호가 척수신경을 거쳐 뇌의 등쪽 외측 팔곁핵을 통해 PVN의 CRF 뉴런으로 전달되는 특징적인 회로를 밝혀냈다.

반면 아미노산이나 지방 등 기타 영양소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란 다른 통로로 뇌에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광유전학적 억제 실험에서 공복 상태인 생쥐의 CRF 뉴런을 억제하면 더 이상 포도당을 선호하지 않게 됐다.

이번 연구 공동 제1 저자인 김진은·김신혜 박사는 "이 연구는 '우리의 뇌는 어떻게 장내에서 흡수된 다양한 영양소 중 포도당을 구별해내는가'라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장내 특정 영양소를 감지하고 뇌에 전달하는 척수 기반 신경 회로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 조절과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일 것"고 말했다.

서 교수는 "포도당에 특화된 장-뇌 신호 경로를 규명함으로써 비만·당뇨병 등 대사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할 수 있다"며 "향후 아미노산, 지방 등 다른 필수 영양소를 감지하는 유사 회로의 존재와 그 상호작용 원리를 밝히는 연구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