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원천 차단' 항바이러스제 개발

기초과학연 최영기 소장 연구팀

펩타이드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개념도(IBS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의 핵심인 RNA 복제 효소 복합체의 형성을 차단하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효과를 입증했다고 23일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스스로 증식하기 위해 'RNA 의존적 RNA 중합효소(RdRp) 복합체'를 이용한다. 이 복제 효소 복합체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복제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도록 돕는데, NSP12·NSP8·NSP7 등 세 가지 단백질이 꼭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다.

이 중 NSP8은 전체 구조를 안정시키는 결합 고리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렘데시비르와 몰누피라비르 같은 항바이러스제는 이 복합체의 활성을 직접 억제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제한적이고 내성 위험도 존재한다.

이에 연구진은 복합체의 작동을 막는 것이 아닌 복합체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도록 단백질 간 결합을 차단하는 접근방식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NSP12-NSP8 사이의 결합 부위에 주목했다. 이 부위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잘 보존된 영역으로 변이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통해 이 결합 부위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구조를 모방한 4종의 펩타이드를 개발했다.

특히 펩타이드가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최적화하고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세포 침투 서열을 함께 도입했다.

이렇게 개발된 펩타이드 기반의 항바이러스제는 NSP12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NSP8의 접근을 차단하고 복합체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게 막는다. 그 결과 바이러스 RNA 복제와 증식을 억제하게 된다.

연구진은 세포 실험과 생쥐 감염 모델을 통해 이 펩타이드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검증했다. 실험 결과 펩타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복제를 억제하고 감염된 세포와 조직 내 바이러스 농도를 크게 감소시켰다.

특히 생쥐의 비강을 통해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감염에 대해 100% 생존율을 보였으며 체중 감소와 폐 손상도 현저히 줄어드는 등 강력한 예방·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감염 전·후 어느 시점에 투여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났다.

최영기 소장은 "이번 연구가 겨냥한 NSP12-NSP8 결합 부위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고도로 보존돼 있다"며 "이를 표적으로 하는 접근은 향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펩타이드의 안정성 향상 및 전달 시스템 최적화 연구를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 국제 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