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상 보호"…대전 지자체, 조직도서 성명·사진 삭제

‘열린 행정 저해’ 우려도…“인권 존중과 균형 이뤄야”

대전 한 구청에 사진과 성명이 삭제된 새로운 직원 배치도가 붙어 있다. /뉴스1 ⓒNews1 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최근 공무원들의 신상 보호를 위해 지자체 조직도와 사무실 배치도에서 성명과 사진을 삭제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인데, 일각에선 '열린 행정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김포시의 한 공무원이 온라인 카페에 신상이 공개되고 지속적인 민원 관련 항의 전화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대전 5개 자치구는 직원 신상 보호를 위해 각 사무실 앞에 부착해 놓은 배치도에서 사진과 이름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맞서 홈페이지 직원 안내 코너에서도 ‘과장’ ‘팀장’ ‘주무관’ 등 직위와 전화번호, 담당업무만 표기하고 직원들의 실명을 지우고 있고, 악성 민원이 발생한 일부 동(洞) 행정복지센터에 청원경찰을 배치한 자치구도 있다.

대전 A 자치구 관계자는 “건건이 온라인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리고 구청을 수시로 드나들며 직원을 괴롭히는 ‘반복 민원인’이 160여명이고, 그중 8명은 지난해에만 7230여건의 민원을 제기했다”며 “데이터화하기 어려운 억지, 정서학대, 업무방해, 요지가 불분명한 민원이 월 40건 정도 된다”고 악성 민원 실태를 설명했다.

B 자치구 관계자는 “폭언과 욕설을 하는 악성 민원인이 가장 많고 협박과 폭행, 성희롱을 하기도 한다.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민원인도 있다”며 “피해 공무원에 대해선 심리 상담과 진료·소송 비용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성 민원 방지에 치중하는 것이 자칫 열린 행정을 저해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과 인권 존중이 중요하듯 주민들을 위해 열린 행정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 가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한 자치구가 홈페이지 직원 안내 코너에서 실명을 삭제해 놓았다. /뉴스1 ⓒNews1 최일 기자

한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 8~9월 조합원 70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월 1~3회 악성 민원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2.3%에 달했고, 월 4~5회가 12.1%, 월 6회 이상이 15.6%로 집계됐다.

cho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