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극미세 나선형 카이랄 통로 개발…암치료 약물전달 응용 가능

카이랄성 알코올 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펩타이드 기반 기능성 소재 개발 모식도.(KAIST 제공)/뉴스1
카이랄성 알코올 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펩타이드 기반 기능성 소재 개발 모식도.(KAIST 제공)/뉴스1

(대전=뉴스1) 김태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원자 수준의 정밀도로 극미세 나선형 카이랄(chiral) 통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카이랄성(비대칭성)에 착안, 암 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전달 등 응용이 가능한 분자과학의 새로운 기술이다.

많은 약물은 카이랄 분자로 이뤄져 있고 카이랄 분자의 두 거울상(이성질체)은 서로 다른 생물학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나의 형태는 의학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다른 형태는 독성을 가져올 수 있다. 암 치료 사용 약물은 특정 암세포에만 작용되도록 설계돼 있는데 카이랄성을 활용하면 특정한 형태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화학과 이희승 교수 연구팀이 원자 수준의 정밀도로 극미세 나선형 카이랄 통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통로는 인간 머리카락 직경의 약 5만분의 1에 해당하며, 특별한 나선 형태 때문에 특정 분자와만 세밀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약물의 효율적인 개발부터 첨단 소재 설계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응용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자연의 카이랄성 원리에 착안해 짧은 비천연 펩타이드(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 조각)와 구리 클러스터(다발)를 이용해 규칙적인 나선형 채널을 가진 금속-펩타이드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합성했다.

연구팀은 특히 카이랄 채널의 세밀한 구조 조절로 이 금속-펩타이드 네트워크가 특정 카이랄성 분자에만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단결정 분석을 통해 이러한 복잡한 상호작용 원리를 명확히 규명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금속-유기 프레임워크와는 달리, 폴대머(비천연 펩타이드) 기반의 방법을 도입해 이러한 성과를 냈다. 이는 분자 공학과 첨단 소재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 단위로 정의된 카이랄 채널의 제작은 다양한 분야, 특히 카이랄 촉매, 카이랄 광학센서, 암 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전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적인 기술적 발전이 기대된다.

KAIST 화학과 이희승 교수

이희승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막 채널 단백질 또는 효소의 활성부위에서 분자의 기질 특이적 상호작용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했다"며 "앞으로 약물 전달, 고분자 및 나노기술에 응용이 가능하며 특정 카이랄 반응에 반응하는 인공효소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로 간주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재욱 석박사통합과정이 제1 저자로 주도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사업(멀티스케일 카이랄구조체 연구센터, CMCA)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화학소재 분야 최정상급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 판에 지난달 18일 게재됐다.

memory44444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