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로가 남긴 육필 사전 27년만에 한 권의 책으로
김영호 전 대전민예총 이사장, 선친 김장순 선생이 정리한 사투리 용례 사전 엮어
‘농부가 살려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 417’ 발간
- 최일 기자
최일 기자 = 개두하다(잊은 일을 일깨워주다), 똠발지다(매우 영리하다), 말방개(마음에 없는 겉치레 말), 시만하다(시간이 한참 지나다)….
올해 초 ‘작가가 살려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 365’를 발간한 김영호 전 대전민예총 이사장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아름다운 우리말’ 연속 기획으로 ‘농부가 살려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 417’(도서출판 작은숲)을 펴냈다.
전작이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살려 쓰기 위해 노력해 온 충남 보령 태생의 소설 ‘만다라’ 작가 김성동(1947~2022)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충청도 사투리 중 토박이말을 뽑아 현대어 해설을 덧붙인 것이라면 이번 책은 김 전 이시장의 부친인 김장순 선생(1923~2008)이 70대 중반에 정리한 사례 중심의 사투리 용례 사전이다.
전북 부안군 줄포면이 고향인 촌우(村愚) 김장순(金壯純) 선생은 구수하고도 진솔한 우리말이 사장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차에 익숙하게 써 오던 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 실감 나는 사례를 중심으로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구성진 사투리와 특유의 말투가 어울리는 대화체는 그대로 살렸고, 문맥으로 쉽게 이해되는 부분도 그냥 뒀다. 다만 낯선 사투리에는 표준말을 덧붙여 총 417개 어휘를 담았다.
‘내 고장의 잊혀져 가는 말[言語]들의 뒷얘기’라는 제목으로 농부이자 재야(在野)의 국어학자인 김장순 선생이 탈고(脫稿)한 우리말 사전이 27년만에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김 전 이사장은 선친이 남긴 제본 유고(遺稿) 외에 닥나무로 만든 얇은 미농지에 괘선이 그려진 괘지에 먹지를 대고 쓴 ‘언어의 변신과 퇴색’(1986)을 책 앞부분에 실었는데, 김장순 선생은 이 글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무심코 잘못 쓰는 언어 관행에 대해 나름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른 언어 사용을 제시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의 혼란, 6·25전쟁과 산업화로 인한 농촌의 소멸을 겪으며 산 김장순 선생은 한자어와 일본어에 익숙하면서도 우리말의 변질과 퇴색에 마음 아파하고, 농촌과 고향, 조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지닌 인물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 농촌의 삶이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적인 삶이며,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이웃의 배고픔을 살피고 기꺼이 나누는 인정 넘치던 시절이었음을 이 용례 사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보문고 국어교사 출신인 김 전 이사장은 “농부가 살려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 가운데 삶을 더 정겹고 실감 나게 표현하는 말을 찾아 독자 스스로 자신의 언어생활에 적용해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hoi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