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이것만은 바꾸자]-⑨의무적(?) 경조사 챙기기 ‘이젠 그만’
‘애경사 품앗이’도 옛말…가족들만 모인 장례·결혼식 늘어
“체면·형식 거품 빼고 변화의 폭· 속도 받아들일 준비해야”
- 심영석 기자
(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이달 초 아들의 결혼식을 치른 A씨(58)는 연초부터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는 자체가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결혼식 초대 인원 범위도 결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야외 예식시설이 갖춰져 있는 장소에서 양가 가족과 신랑신부 친구 등만 참석하는 이른바 ‘스몰웨딩’을 준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형인 데다 이른바 ‘애경사 품앗이 문화’도 시대가 변한 만큼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이웃의 애사에 ‘팥죽 한 동이’, 경사에 ‘달걀 한 꾸러미’ 등 애경사에 대한 상부상조문화가 매우 강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애경사에 많은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부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결혼식의 경우 봉투만 전달하고는 음식 접대 장소로 직행하는 등 부조의 의미가 없는 형식적인 행사로 변질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례문화 역시 이전에는 부고 소식을 접하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찾아가는 것이 미덕이었다.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조의금뿐 아니라 조화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문화처럼 인식됐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같은 애경사문화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결혼식 참석 인원 제한 조치가 내려지고 시민들 역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직접 참석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 가끔 이벤트로 있었던 소규모 예식문화가 점차 늘고 있다.
실제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결혼식 참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혼남녀 과반(남 52.7%, 여 64%)은 청첩장을 받는다고 모두 참석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또 결혼식 청첩장을 받을 때 여성 66%, 남성 48%는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참석 결정의 가장 큰 기준은 ‘상대와의 친밀도’(남 75.9%, 여 81.3%)로 나타났다.
그만큼 부모 세대와 달리 젊은층은 형식과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결혼식을 자신들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축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 주고 있다.
장례식 역시 ‘조문·조화는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일반화될 정도로 가족 중심의 소규모 장례 절차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조문을 가더라도 오랫동안 머물지 않아도 결례가 되지 않는가 하면 조문객 수가 적어도 흉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대전 서구 내동 거주 시민 B씨(50)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주말 등 휴일에 쉬지 못하고 예식장에 가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고 형식적이다. 뿌리 깊은 체면 문화와 과시욕 때문”이라며 “축의금·조의금 역시 품앗이 성격이 강하다. 자신이 뿌린 애경사 비용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과대 포장된 애경사 문화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40대 직장인 C씨(여)는 “화장 장례문화가 이제 보편화 됐다. 출생인구 감소로 산소를 돌볼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청춘남녀들도 주례사 없이 가족과 친구들만 모여 파티 같은 결혼식을 선호한다”며 “경조사 손님의 규모로 사회적 위치를 인정받던 시대는 갔다. 비록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경조사는 허례허식 없이 가족끼리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성환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 이사장은 “코로나19라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전통적인 유산을 과감히 거부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의 경조사 문화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변화의 폭과 속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km50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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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지 2년이 지났다. 감염 공포는 전 세계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 발생이 정점을 지나면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리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우리 생활에 자리한 습관이나 관행을 바꾸지 않고는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뉴스1 대전충남본부>는 ‘포스트코로나’를 대비, 우리 일상의 잘못된 습관과 문화를 개선하고자 ‘코로나시대 이것만은 바꾸자’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한다.